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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Recipe/방송

김원훈의 재발견. 메타코미디클럽

by LifeRecipe 202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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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이란 무대가 없어지고 일자리를 잃은 많은 개그맨 신인들은 새로운 매체로 자리를 옮겼다.

공중파에서 희극인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항상 좋은 일은 안 좋은 일 후에 오는 법. ‘방송국이란 공식적인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이들이 뉴미디어로 옮겨가 많은 것을 해냈고, 여전히 진화 중이다.

 

물론 모든이들이 성공한 것은 아니고, 긍정적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뉴미디어의 특성상 자극적이고, 수위조절을 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이들도 등장하긴 했지만... 진짜 실력있는 이들은 어떻게든 대중들의 눈에 의해 발견되고 주목받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방송국놈들의 픽으로 선보인 이들이 아닌 찐 대중이 픽한 이들.

 

현재, 수많은 채널들이 사랑받고 있지만, 가장 눈여겨 보았던 건 숏박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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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기에 홀릭했던 채널은 따로 있었다. 너덜트. 그쪽의 영상 퀄이 너무 좋아서 이들과 비교해 숏박스는 조금 퀄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맴버 엄지윤의 합류로 시작된 장기연애를 보면서 난 무릎을 쳤다.

 

와, 이거 진짜 잘되겠다.

 

말해 뭐해. 대중들의 눈은 무섭다. 사실 한 수 위라고 생각했던 너덜트가 주춤한 사이 숏박스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고, 격차는 많이 벌어졌다.

 

(사실상 두 채널은 가진 장점이 다르고 노선이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에 둘의 갈 방향은 다르다고 본다. 여전히 너덜트 애정하고 있고, 이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하기로 하고, 다시 숏박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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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박스는 엄지윤의 합류 이후 날개를 달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재 200만을 넘은 구독자를 달성했고, 영상 업로드 후 올라가는 숫자가 다르고, 출연진들도 매번 빵빵하다. 요 몇 주간 재미가 주춤한 듯하여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강하게 들던 차.

 

숏츠로 우연히 김원훈의 스텐딩 코미디를 보게 되었다.

 

https://youtu.be/V5NiiA72Ucw?t=1913 

(쇼츠가 바로 재생이 안되서 풀버젼으로 올림. 재생하면 바로 김원훈 부분부터 시작됨. 안되면 31:53초 부터)

 

 

뭐야?

김원훈, 그렇게 웃긴 사람 아닌 것 같다로 시작해 

무인도에 가면 초코파이를 1200원에 판다고? 

여기부터 전설의 시작이었다. ㅋㅋㅋ ㅅ

 

생각의 흐름대로 떠들다가 

이번 태풍피해가 없으시길 바래요.

 

여기서 개터졌다지. ㅋㅋㅋㅋ 

중간지점에서 이재율이 "저거 잘못 번역한 글 아니에요?"라는 말이 이 개그를 완성시키는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는. 이 영상은 현재 7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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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고 피식. 두 번 보고 빵터진 위의 영상을 보고, 난 '메타코디미 클럽'이란 것이 새로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정주행을 시작했다. 

 

로고 잘 뽑았네

우리나라에서 본격 스탠딩 코미디를 시작한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박수쳐줄만한 일이었고, 공개 무대가 사라진 지금 여러 채널의 코미디언들이 이렇게 한 무대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시도만으로 박수받아야 한다고 본다. (개그맨들의 아이디어는 너무 대단하다)

 

메타코미디 클럽은 12부로 나눠 진행이 된다. 1부가 출연진들의 토크라면 2부는 본격 무대. 사실상 1부의 텐션이 훨씬 좋기 때문에 2부는 아직까지 많이 아쉬운 상태다.

 

개인적으로 개그맨들의 코미디를 방송국놈들이 검열하던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2부의 개그를 보면서 그간 누군가의 중간 필터가 있었던 것이 그다지 나빴던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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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부의 개그들은 정말 날것의 개그들이 많다. 공중파라면 나오지도 못할 그런 개그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오히려 방송적으로 완성되기 전 단계를 보는 기분이 들어 그 포인트가 재밌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 이런 분위기로 검사 받았겠구나.

 

아... 이렇게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겠구나!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아 재밌게 느껴지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1부에서의 욕설 섞인 대화도 초기에 좀 불편하게 다가왔지만 이젠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웃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

 

 

출연진은 고정된 몇을 빼곤 돌아가며 나오고 있는데, 특히 김원훈은 나올 때마다 매우재밌다. 그는 1부에서 탱커 역할을 제대로 한다. 노잼노잼. 김원훈만 입을 열면 분위기가 싸해진다고 매번 구박을 받지만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의 합이 잘 맞는 느낌이라 1부의 티키타카는 아주 훌륭하다.

 

일방적으로 1부에서 김원훈이 맞는 이의 입장이라면, 2부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숏박스 실력에 비해 너무 잘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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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김원훈을 노잼이라고 개그맨들이 놀리고 놀리지만, 2부에서 날아다니는 건 김원훈이다.

사실, 숏박스는 엄지윤의 공이 크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이걸 보면서 생각이 완전 바뀌었다.

 

김원훈, 엄청 실력 있구나!

 

가장 대중적이고 불편한 것 하나 없이 편안한 개그를 하는 건 김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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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기는 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은 안 하려고 한다.
좀 덜 웃겨도 무리수는 안 둔다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송은이가 했던 말이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녀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깨달았던 포인트였고, 그녀가 롱런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저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 인터뷰를 방송에서 보고 너무, 너무 감동을 받았었다.

 

맞다. 나를 위해 누군가를 수단으로 쓰지 않는 것.

 

그건 개그를 떠나 모든 분야에서도 기본 중에 기본이다. 사실 웃기기 위해 조금 선을 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 무해한 개그가 가장 선하고 오래가는 개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착한 개그가 노잼이라고 누가 그러던가. 어불성설이다.

 

김원훈의 개그를 보면서 송은이의 인터뷰가 오버랩되었다.. 단순 말장난인 것 같지만 헛소리를 흐름에 맞게 완급조절을 하며 사람들의 피식웃음을 끌어낸다. 그중에 누구도 상처받는 이 없고, 누구를 깔아뭉개서 웃기는 것도 아니다.

 

오랜만에 본 완벽한 개그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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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의 그의 첫 무대가 끝나고 동료들이 박수치며 경이롭다.”하는 걸 보며 나도 동감했다.

 

그가 정말 괜찮은 개그를 선보였다는 것을.

 

숏박스의 200만은 그저 운이 좋아서 이뤄낸 것이 아니라 진짜 그들의 실력을 이뤄낸 결과고, 아직 대중들은 김원훈의 진가를 다 보지 못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10화에서는 5화 개그를 확장시켜 라이브로 아버지를 등장시켰는데, 웃긴 건 당연하고 사랑한다는 말에 슬쩍 놀라시며 좋아하는 아버지의 모습까지 나와 은은하게 감동 포인트까지 얹어 놓아 너무 좋았다.

 

그의 다음 개그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메타코미디 클럽이란 판이 짜여진 건 참으로 잘된 일이라고 본다. 더 많은 개그맨들이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새로운 무대에서 펼치는 걸 보고 싶다.

 

또 한 번 누구도 해치지 않고, 대중들에게 다가설 재밌는 개그를 기다린다.

 

오랜만에 챙겨볼 프로그램이 나와서 기뻐.

그러니 다음 편을 얼른 좀 내놓으시게나 ㅋㅋ

 

호흡이 너무 길었나?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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