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 다음 웹툰
회차 : 총 51화 (완결)
작가 : 정종수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중에서 좋은 콘텐츠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격. 콘텐츠를 평가하는 기준이 취향일 수도 있지만 취향과는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잘 만든 작품이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웹툰을 아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허리가 아작이 나면서 침 맞는 시간, 찜질하는 시간을 그냥 두기 아까워 그 시간을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해졌다. 그렇게 시간 때우기 용으로 시작한 웹툰 탐색에서 아주 괜찮은 작품을 찾았다.
바로, <개 같은 세상>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오지 않는가! 사실, 콘텐츠는 제목이 주는 임팩트가 크다. 좋은 제목일수록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좋은 제목의 힘을 콘텐츠까지 가져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다음과 네이버를 오가며 콘텐츠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화력은 네이버 쪽이 확실하지만, 작품성이 강한 쪽은 다음이라는 사실이다. 네이버 쪽은 대중성이 강한 말랑한 작품들이 대다수로 보이지만 다음은 꽤나 깊이 있는 작품이 종종 등장한다. 이래서 내가 다음을 좋아할 수밖에.
여하튼, 각설하고, 작품 이야기로 가보자. 스포가 될 수 있기에 너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중간중간 작가가 심어놓은 여러 포인트들의 재미요소마저 공개할 수 없으니...
이 작품을 한 줄로 설명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주인공 오시완의 개 같은 세상 탈출기. 정도로 정의하면 될까?
줄거리
주인공 시완은 길고 긴 알바인생을 취업으로 탈출하게 되었고, 그날,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그녀 은수에게 예상치도 못한 고백을 받는다. 그래, 세상은 아름다운 거야! 하며 친구와 거하게 한잔하고 친구의 옥탑방으로 돌아왔는데.... 술을 좀 더 사 오려고 친구가 슈퍼에 갔던 그 짧은 사이, 시완은 밝은 빛에 흡수되어 새로운 세상에 떨어지게 된다. 그 세상은 바로 개와 인간이 뒤바뀐 세상, 개들의 세상이었다. 개가 인간과 비슷한 삶을 영위하고 있고, 개의 애완인으로 인간이 존재하는 것.
시완은 애견샵, 아 아니지 애인샵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인간을 사고파는 곳으로 보이는 장소의 케이지 속에 있다가 한 ‘개’의 선택을 받아 그들의 가족이 된다. 그가 제공하는 삶은 꽤나 쾌적하고 평화롭게 느껴졌지만, 시완은 그래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 거리 인간인 일본인 사토를 만나게 되고, 그를 따라나서게 되면서 이 개 같은 세상의 진면목을 보게 되고, 납치되어 온 다른 인간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구로의 탈출을 계획한다.
관전 포인트
1. 개와 인간이 뒤바뀐 세상. 그 속에서 생기는 블랙코미디
시완이 떨어진 개 같은 세상. 그곳에서의 인간의 삶은 지금 우리가 보는 개의 삶과 닮아있다. 아니, 같다. 똑같다. 좋은 주인을 만나면 팔자가 피는 것이고, 누군가는 버림받기도 하고, 누군가는 거리의 삶을 살기도 한다. 거리의 인간들은 잡혀가 인간 공장에서 인간을 낳는 기계의 삶을 살기도 하니... 상황이 뒤집어진 곳에서 딱 반대가 되어 바라본 인간의 삶. 엄청난 풍자까지는 아녀도 인간 공장을 보면서 소름이 돋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개들에게 하는 짓들을 보는 내 감정이 그 세상에서 개들이 인간을 보는 감정과 별 다르지 않을 거란 사실.
또한, 그곳에서 지구의 삶을 기억하는 이들이 개의 애완인으로 남아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인간적인 삶.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하는 근본적인 고민까지 들었다.
빵 터졌던 포인트로는.... 개의 세상에서도 차이나타운은 있다는 것. 미치겠다 정말.
2. 뻔한 구성을 새롭게 느껴지게 하는 힘
이 이야기는 ‘탈출’을 다룬 플롯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진행된다. 어찌보면 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소재의 참신함이 주는 생명력과 촘촘하게 구성된 이야기, 살아있는 캐릭터 등으로 인해 질질 끈다는 느낌이 안 든다. 보다 보면 전개가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 그게 이 작품의 장점이다.
3. 좋은 캐릭터
주인공 시완은 영웅적인 인물도 아니고, 딱 소시민적 인물이다. 보통은 이런 인물이 일련의 사건을 통해 엄청나게 성장하는 것을 그릴 수도 있지만, 시완은 영웅적 인물로 성장하지 않는다. 그저, 여자친구가 기다리는 지구로 가길 원하는 탈출 집단의 일원일 뿐. 하지만 그런 포인트가 오히려 작위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모든 이들이 영웅적 성장을 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맞는 성장. 그게 오히려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든 캐릭터들이 좋았다. 존재자체로 빡치는 일본인 사토는 여러 번 쌍욕이 나오게 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캐릭터에 충실했다. 그중 마지막에 가장 안쓰러웠던 인물은 제프. 주먹 하나 기깔나게 쓰던 그가 시간의 힘에 굴복하는 모습에 왜 이렇게 안쓰럽던지... 크게 애정 하지 않았지만 작품이 끝나고 그가 뇌리에 박히고 말았다. 그는 과연 어떤 마지막을 맞았을지가 너무 궁금해서 말이지...
4. 이 작품의 세계관에서 제시하는 시간
또 하나. 보통 우리에게 1년이 개에게 7년이란 이야기를 한다. 그곳도 마찬가지. 인간의 시간은 개들과 똑같이 흘러가지 않는다. 82년생 상조가 몇 년 사이 노인이 되는 과정을 보며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구에서도 인간의 시간과 개들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지만, 그곳에선 그 시간이 뒤집히는 것이 참 좋았다. 사실 한발 더 나아가 그 시간에 대한 고찰이 조금 더 깊이 다뤄졌으면 정말 레전드였겠다 싶긴 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해서 그건 욕심으로 남겨두자.
정리하며..
그들은 과연 지구로 돌아왔을까? 그건, 비밀로 하겠다.
직접 보시라.
이 작품을 본 뒤에 개들을 볼 때, 평소와 조금 시각이 달라졌다. 랜선으로 웃으며 재밌게 보던 개 영상들도 이젠 마냥 마음 편하게 볼 수 없어졌달까.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을 본다면 더 여러 생각이 교차할지도.
정말, 앉은 자리에서 쉬지 않고 한 번에 다 본 작품이다. 마지막 5회는 아직 무료 공개 전이었는데, 이미 결말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으면서도 결제를 해서 마지막을 확인했다. 당신에게 묻고 싶다. 만약, 저 개 같은 세상에 가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주인이 복불복이긴 하지만, 만약 좋은 주인을 만난다면, 다시 지구로 돌아오려는 노력, 과연 할 것인가? 참... 무서운 질문이다.
정종수 작가의 다음 작품을 매우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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