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 tvN
방영일 : 2020년 7월 22일 (64화)
MC : 유재석, 조세호
정말 내가 유 퀴즈를 아끼긴 하나보다.
아쉬웠던 개콘 특집으로 유 퀴즈에 대한 글을 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코로나 때문에 3 시즌 포맷이 변동되면서 기존 재미의 반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주 방영분을 보며 간만에 엄청 웃었다. 몇 번을 돌려 봤는지 모른다. 이미 봤던 방송분을 유튜브까지 찾아가서 또 보았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말이지.
역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웃었다고.
이번 주 방영한 ‘돈’ 특집.
돈이란 주제로 섭외된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한명 한 명 섭외가 잘 되었다고 생각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의 임당님 출연 소식이 반가워 방영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 인터뷰이로 참여하셨는데 인터뷰 내용도 좋았다.
신사임당님의 한 달 수익을 밝히자 그의 손을 순간 꼭 잡은 조세호 ㅋㅋㅋ
돈도 돈이지만 살다 보면 돈보다 무너지는 자존감이 사람을 쓰러트리기도 한다. 인터뷰 중 울컥하시는 모습에 내가 다 울컥. 아마 그가 느꼈던 감정을 나도 느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사임당님, 서울시청 세금 징수과 직원 분들과, 금감원 불법 금융 대응단 직원 분까지. 하나같이 돈과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를 안고 오셨다. 그런데.... 이번 ‘돈’ 특집의 씬 스틸러는 조폐공사 화폐본부의 이종학 과장님이었다!
유 퀴즈의 최대 매력은 시민들의 살아있는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즉석 섭외가 아닌 이상 아무래도 미리 섭외가 된 사람들은 ‘준비’라는 것을 하게 된다. 뭐, 마음의 준비도 준비가 아닌가.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정제된 이후 나온 인터뷰는 정보를 전달하는데 요긴할지 몰라도 사실상 재미는 좀 떨어지게 된다. 그동안 유 퀴즈를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들 중 큰 사랑을 받았던 인터뷰이들은 대부분 인터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미용실 할머님들이나 갤러리 과장님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마음 착한 사람들의 훤히 내보이는 속내에 뭉클하고, 선이 없는 인터뷰 내용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던 것이다.
이종학 과장님이 경우도 그랬다.
조폐공사를 통해 섭외가 된 사람이고 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뻔하다. 그리고 분명한 건, 이 과장님은 섭외된 분이기 때문에 ‘준비’를 하셨을 거란 거. 그런데, 그 뻔한 질문에 과장님은 하나도 대답을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철저하게 권한이 나눠져 있고, 자신이 담당한 정보 외에는 그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는 화폐 공사의 규율. 이 당연한 상황을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결론이 먼저 나와 모든 질문에 모른다는 대답을 듣게 되니,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시청자도 어리둥절하는 포인트가 생겼고, 그 지점에서의 이 과장님과 두 MC들의 반응에 다들 빵빵 터지게 된 것이다. 생각해 봐라. 모든 이야기를 하기 전에 미리 "저희는 자기 분야 외엔 철저한 비공개로 일이 진행됩니다"라고 먼저 말한 뒤 뒷 내용을 들었으면 정보전달면에서는 효과적이었을지라도 하나도 웃기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본인이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썰을 푸시는데... 이 이야기에서도 기승전결 중에서 계속 ‘기’를 빼고 이야기하셔서 듣는 이로 하여금 ‘읭?’ 하는 텀들이 계속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 잘 들어보면 알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순서가 바뀌어 버리니 준비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예측이 불가해졌고, 그 사이에서 웃음 포인트들이 발생했다. 오히려 준비가 웃음을 만들어낸 케이스랄까.
당황한 유재석과 같이 어리둥절한 과장님. 이 두 사람 사이에서 조세호의 “조폐공사 회식은 현금으로 합니까?” 라는 질문. 너무 웃겼다. 평소 같으면 조셉! 대체 뭔 질문이야!!! 싶었겠지만 말이다.
사실 잘 들어보면 나름 과장님의 이야기는 흐름이 있었지만, 한번 놓친 흐름은 따라가기가 어려워져 회사 이야기에서 부인으로 또 회사 이야기로 넘어가는 ㅋㅋㅋ ‘조피’에 대해 “경상도 방언으로서~”하며 이야기하시는 장면에서는 유재석이 참다 참다 터지는데 정말 미치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10만 원 권 발행에 관한 질문의 답도 완벽했다 ㅋㅋㅋㅋㅋ
눈물과 웃음. 둘 중에 무엇이 이끌어내기 어려운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둘 다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난 눈물보다는 웃음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유머를 만들어내는 작업들은 사실, 점점 더 고도화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매체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수준 높은 유머를 학습하기 시작했고, 시대가 요구하는 웃음에 기준이 생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전에 웃으며 보았던 방송을 다시 보았을 때, 대체 그 시절 나는 뭐가 그리 재미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특히나 요즘은, 대중들이 방송에 요구하는 유머의 기준이 많이 높아져있다. 단순히 입수하는 것만으로 웃는 시대가 아니니.
또한 만들어낸 유머보다 자연스러운 포인트에 웃는 것을 선호하면서 대중들이 방송이 아닌 유튜브를 찾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것의 인터뷰. 뒤를 예측할 수 없는 인터뷰. 그리고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정제 되어 있지 않은 특징 있는 캐릭터. 바로 이런 요소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웃음이고, 방송인데... 지금까지 이를 잘 담아낸 것이 유 퀴즈였다. 특징이 사라졌던 3 시즌 중에 이번 회차의 이 과장님의 인터뷰야말로 가장 유 퀴즈 다운 인터뷰이였기에 너무도 반가웠고, 즐거웠다.
가끔 웃음이 필요한 순간에 찾아볼 영상이 하나 더 늘었으니 Good
앞으로 당분간은 이 포맷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유 퀴즈의 사람 여행 속에 오늘같이 보석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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