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 SBS
방영일 : 7월 15일
(포항 편은 8~29일에 걸쳐 방영)
MC : 백종원, 김성주, 정인선
골목식당은 꽤나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이란 인물에 대한 호감으로 시작했다가, 방송에 등장하는 각종 빌런들에 분노했다가.. 이 모든 어그로는 다 제작진 때문인가 싶어서 짜증 났다가.. 보다 보면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진다. 안 그래도 힘든 세상. 뭣하러 TV까지 찾아보면서 짜증 내나 싶지만 그래도 끊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바로 골목식당이다.
...
몇 년 전, 스타트업 관련해서 대학생들과 기업 대표의 연결을 도왔던 적이 있다. 그들의 만남 과정을 보며 난 심히 충격을 받았다. 대학생이 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겠냐 싶었지만, 정말, 하나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모습. 첫 만남에 가져온 기획서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받고, 숙제를 안고 헤어졌지만, 한 달이 지난 후 이들의 만남은 처참했다. 아주 기본적인 시장 조사조차도 안 되어 있던 것.
다들 생각한다.
자신들이 꽤나 괜찮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그들은 자신이 뛰어들려는 시장에 대한 조사가 1도 되어있지 않았다. 적어도 왜 내 기획서가 문제인지 첫 만남에서 왜 지적을 받았는지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판매 가격은 왜 그 가격이며, 어떻게 팔 것인지. 얼마나 수익이 나는지. 대표의 질문에 하나도 답을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얼굴을 붉혀야 했다. 판매경로는 와디즈, 텀블벅. 가격은 자신이 생각한 가격. 대상은.... 하아.... 그걸 통해 얼마의 이익이 나는지, 원가와 수익에 대한 계산이 전혀 안되어 있는....
아...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정말, 다들 생각한다.
자신들이 꽤나 괜찮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
골목식당을 보며 나는 몇 년 전 느꼈던 감정을 매번 반복한다. 대체 그 메뉴가 팔릴지에 대한 그 어떤 고찰도 없었고, 원가를 비롯 수익에 대한 계획도 없는 이들이 수두룩. 가격은 원가에 대한 계산이 없이 남들 정도는 받아야지, 이 정도는 받아야지의 태도. 월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데, 시장 조사를 하지도 않고 가계를 얻는 패기. 아, 정말 미치겠다.
이렇게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이 프로그램을 놓을 수 없는 건, 솔루션이 끝났을 때 보는 사장님들의 벅찬 얼굴 때문이고, 그 이후에도 솔루션대로 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만 잘하고 나중에 빌런으로 변해버린 경우도 있지만... 이 얘긴 하기도 싫다)
코로나 때문에 방송가가 술렁이던 2월. 골목식당은 포항을 촬영하려다 촬영을 연기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섭외된 두 가게는 예상치 못하게 방송이 유예되는 시간을 몇 달 가졌다. 다시 포항편이 재계가 되면서 난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바로 이 사장님 때문에....
돈까스집 사장님.
처음 계획은 대학생들이 오가는 주점이었으나, 방문객들이 없어지는 바람에 수제청, 돈까스를 판매하고 계셨다. 기름을 다루면서 환풍구가 제대로 안되어 있다는 점. 인테리어가 애매한 점등이 걸렸지만, 코로나로 촬영이 중단된 이후, 사장님의 행보에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3개월. 자그마치 3개월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메뉴 개발을 하셨고, 스프링 노트 3권에 빼곡하게 기록을 남겨두셨던 것. 세상에...
코로나는 모든 이들에게 위기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위기의 시간 동안 모든 이들이 그녀처럼 움직였던 것은 아니다. 3개월간의 기간을 단숨에 기회로 만들어버린 사장님을 보며 정말, 정말 반성했다. 과연 나는 그 3개월 간 무엇을 했단 말인가.
원래 교사였다고 하는데... 인터뷰에서 한 이 말에 난 한번 더 놀랐다.
“전 뭔가를 하면 열심히 정성껏 해요.”
사람들은, 아니 나조차도 최소의 노력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당신의 최선을 위해 최대의 노력을 들여본 적이 있는지.... 난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난 없다고. (자랑이냐...)
3개월간의 저정도 노력을 했던 이가 돈가스30인분 서빙을 실패 하고, 눈물을 흘리며 다른 메뉴를 가르쳐 주시면.... 이러는데... 누가 안 가르쳐 주냐. 당연히 뭐든 해주고 싶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선생님들은 왜 쟤만 예뻐해?”
시간이 흘러, 수업을 진행해보니 예쁜 애들이 있더라. 정말 따로 있더라. 열심히 하는 아이. 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 그런 애들을 어찌 싫어하냔 말이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게 선생님 마음이다.
결국, 사장님은 긴 시간의 연구 끝에 스스로 ‘덮죽’을 만들어냈고, 이를 맛본 백종원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연돈 이후로 처음 보는 느낌.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어려워 이를 백종원이 피드백해주었고, 덮죽집은 성공적으로 솔루션을 마쳤다.
딸이 만들어 본 돈까스를 드시곤, 한번도 가게에 오지 않으셨다는 아버지가 덮죽을 먹어본 뒤에 딸에게 보낸 편지에 한번 울컥하고, 사장님이 마지막 인터뷰로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엉엉 울었다.
집 밖에도 안 나가는 내가. 포항에 갈리는 만무하나, 코로나가 종식이 되거든 한번 정도는 가보고 싶은 집이 생겼다. 정말... 이번 포항편이야 말로 골목식당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싶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참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사장님이 잘되셨으면 좋겠다. 그녀의 사업이 번창하길. 그리고 지금 가진 초심을 잃지 않길 빌어본다.
그녀가 3개월간 노트를 채워갔듯, 나도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지금까지 이런 결심 한 두 번 했나 싶지만, 이번엔 앞으로의 3개월을 위한 작은 노트 한 권을 준비했다. 가보자, 나에게도 사장님이 만들어낸 ‘덮죽’같은 무엇을 만들어 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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