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 KBS
방영일 : 2020년 7월 5일 ~ (현주엽 방영분)
MC : 김숙, 전현무, 심영순
때 아닌 현주엽의 태도 논란으로 뜨거운 기운이 포착.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파일럿부터 함께해온 찐 팬으로서 그냥 이 논란을 넘어가기 어려워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앞서 밝혔듯, 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열혈 애청자이다. 비록 최근 방송분은 과도한 PPL 때문에 넘기곤 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스치듯 보았던 짤방으로 시작해 파일럿부터 정주행이 이어졌다. 그 후 비어있던 나의 일요일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로 채워졌으니...
몇 년 전부터 방송가에는 관찰 예능이 대세가 된 지 오래. 다들 비슷하지만 수많은 프로그램 중 고용인과 피고용인 (뭐 이렇게 표현하면 좀 이상하지만)의 구도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현재 두 프로가 존재한다. <전지적 참견 시점>과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비슷한 포맷이란 점과 MC 전현무가 둘 다 진행하는 점을 들 수 있지만...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
시점의 차이
<전지적 참견시점>(이하 전참시)의 경우, 보다 보면 미묘하게 불편한 지점이 등장한다. 전참시는 전반적으로 ‘연예인이 얼마나 매니저에게 잘해주는가’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연예인이 매니저에게 조금 배려 깊은 행동을 하면 MC들은 그 행동을 너무 과도하게 칭찬하고 부풀리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을 보다 보면 ‘뭐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평소에 매니저들이 그렇게 배려받는 느낌도 아닌데... 매니저가 연예인에게 감사라도 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시점 자체가 출연 연예인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사당 귀의) 경우 주인공은 사장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직원들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사장님’은 스튜디오에 나와 자신이 배려 깊고 좋은 사장인 줄 착각하며 우쭐해한다. 하지만 VCR을 통해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갑(甲)갑한 행동들이 툭툭 튀어나오게 되고, 그들의 그런 행동들은 직원들의 속마음 인터뷰를 통해, MC들의 맹비난을 통해 한바탕 깨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사장님’들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두 프로그램 모두 구성적인 측면에서 보면 출연자들이 상하관계(뭐 연예인과 매니저를 상하관계로 규정하긴 좀 애매하지만)에 놓여있으니 이 관찰 카메라는 일종의 풍자극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풍자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바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조롱할 때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조롱하는 것은 그야말로 권력이 주는 모욕이나 다름이 없지만, 아랫사람으로서 윗선에 호통을 치고 조롱하는 것은 권력에 덤벼보는 유일한 순간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제대로 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조선시대 마당극에 수많은 민중들이 열광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아무리 평등사회라고 하지만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고용인이 어렵기 마련이다. 그 어려운 관계를 다룬 프로그램에서 ‘사장’의 갑(甲)갑한 행동에 대해 폭로하고, 이를 MC들이 호통 치는 과정은 현대판 풍자극을 보는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강력한 장점은 전참시와 차별성을 갖고 시청자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한다.
현주엽의 캐릭터
현주엽은 정규방송이 되고 합류한 캐릭터로 LG 세이커스 감독으로 갑(甲)의 포지션을 안고 출연했다. 대부분의 출연진들이 사업상의 갑과 을이었다면, 그는 선수와 감독이란 관계가 존재하는 조금은 특이한 세계를 안고 등장했다. 농구의 인기가 한풀 꺾인지 오래였지만, 현주엽의 등장으로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게다가 이미 유명했던 그의 먹방은 사당 귀에서 날개를 달았고, 프로그램의 인기를 한동안 하드 캐리 했다.
그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사실상 선수들과의 관계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선수와 감독은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의 능력을 발현시키는 조금 특수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선수 없이 감독 없고, 감독 없이 선수 없으니. 전 국민이 모두 아는 스포츠 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가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모습도 좋았지만, 선수들을 끊임없이 갈구는(?) 것도 사실 재미요소였다. 만약, 그가 끊임없이 선수들을 괴롭히는 모습만 나왔다면 이미 비호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행동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그 뒤엔 항상 선수들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힘든 점을 토로하고, 감독을 고발(?)했다. 그 과정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캐릭터가 프로그램 속에서 한층 더 살아났다. 약자들의 인터뷰를 통한 반란을 통해서 말이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현주엽의 등장 분량엔 지금껏 논란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뭐가 문제였을까?
왜 하필 초짜 PD인가?
현주엽이 감독 자리에서 나와 유튜버를 시작하기로 하고 샌드박스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영입 전이란걸 8월 2일자 방송을 보고 알았음)
그리고 그와 함께 도티도 ‘사장님’으로 출연하기 시작했다. 도티가 현주엽을 영입하기 위해 현주엽 담당으로 두형PD를 배정했는데.. 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하필이면 그를?
현주엽은 선수 시절부터 방송을 했던 사람이고, 방송 출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먹방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줬던 사람이다. 그가 지금까지 방송을 했던 ‘짬’이 있는데, 신입 PD가 담당을 맡은 것은 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이런데 현주엽이라고 안 그랬을까?
아무리 유튜브 초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구독자를 보유하고 스태프를 늘려가겠다는 전략이라고 해도, 일단 그는 영향력 있는 방송인이다. 도티가 방송에서 말했듯 그가 먹방을 시작하면 300만은 거뜬히 볼 것이다. 그런데, 그런 파급력 있는 인물을 초짜 PD가 담당한다고? 첫 촬영 장면을 보면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나게 좋은 것을 먹자는 것이 아니다. 그에 걸맞은 기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 테스트 촬영으로 회를 먹더라도, 어떻게 먹을 것인지, 어떤 회를 좋아하는지 왜 회인지가 그와 이야기가 된 후에 먹었다면, 현주엽이 촬영하는 동안 당황하진 않았을 것이다. 세상 맛없어 보이는 먹방에 당황했고, 난 사실 첫 촬영에서 그의 반응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첫 시사가 있던 날. 난 헛웃음이 나왔다. 현주엽의 방송인데 PD가 더 많이 출연하질 않나... 제일 황당했던 것은 과연 PD가 현주엽에 대해 공부는 했는가! 부분이었다. 그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시너지가 컸는지, 음식에 대한 조예는 얼마나 깊은지 전혀 알아보지 않은 듯 보였다. 보는 나도 당황스러울 정도였으니... 만약에 공부했음에도 티가 안 난 거라면 경험의 차이겠지. 그가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현주엽이 큰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기획력 있는 외주 PD를 섭외해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현주엽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불편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 방송을 보아온 사람은 그의 캐릭터를 알고 있고, 그날 방송분은 그의 캐릭터에서 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한 하극상이 없으니 풍자적 성격이 없어진 채로 둘의 관계가 평면적으로만 그려졌다는 점. 그러니 그 짤방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한껏 불편할 수밖에... 방송분을 보고 어느 정도 논란은 예상했지만... 이건, 단순히 현주엽만을 비난할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대본이 있으니, 그 안에서 움직일 거란 것을 안다. 어느 정도의 틀 안에서 다들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좋은 캐릭터로 종횡무진하던 현주엽인데, 일방적인 비난을 보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건 내가 그의 팬이기 전에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팬이기에... 부디 논란을 잘 이겨내 좋은 콘텐츠로 돌아와 주길 바랄 뿐이다.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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