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거울을 보며 살지만 어린 시절 언젠가 이후, 내가 마음에 들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거울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살이 좀 빠지면, 살이 좀 빠지면... 아마도 이런 식의 생각으로 현재의 나를 보며, 미래의 나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난, 나의 현재를 직시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를 추천받아서 시작했을 때, 기대를 1도 안 했던 것은 사실이다. 에이미 슈머에 대한 관심도가 엄청나게 낮았기 때문. 난 헐리웃의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티나 페이나 에이미 포엘러를 엄청 좋아한다. 이들의 골든 글러브의 활약은 정기적으로 돌려보고 있을 정도. 몇 년 전, 이들의 뒤를 잇는 코미디언으로 에이미 슈머가 떠오르고 있단 기사를 봤는데... 이 둘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에 대한 관심을 아예 갖지 않았다. 그리고 특유의 오버가 담긴 연기가 싫기도 했고.
아무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에서 엄청나게 웃었다. 특유의 오버 가득한 연기를 덜어내고 아주 자연스럽게 르네를 연기한 에이미 슈머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 영화를 보는 내내 웃으며 조금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뚱뚱하고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별로 없는 주인공 르네는 살을 빼기 위해 등록한 헬스클럽에서 자전거를 타다 떨어지고 그 이후, 자신이 예쁘게 보이기 시작한다.
새로워진 몸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한 르네는 날씬하고 예쁜 자신의 삶을 200배 즐기기 시작한다. 화면에서 보이는 르네는 그대로지만, 자신이 예쁘게 바뀌었다고 생각한 르네의 삶은 180도 달라지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제대로 된 코미디를 선사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어느 순간, 그녀가 예뻐보이기 시작한다. 그녀의 모습은 그대로이고, 행동만 달라졌을 뿐인데 관객인 나마저 그녀가 예뻐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자신이 예뻐졌다고 착각(?)한 이후 항상 예쁜 사람만이 한다고 생각했던 화장품 회사 안내데스크에 지원하고, 비키니 콘테스트에 도전한다.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다. “아무리 먹어도 살 안 찌는 축복받은 몸매”, “난 저들의 평가가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그녀는 자신이 날씬해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니다. 그녀의 자신감은 이미 마음속에 있었다. 그걸 꺼내지 못한 사람은 르네 자신이었을 뿐.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자신의 사진을 보고, 자신은 한번도 날씬해진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르네는 깨닫는다. 결국, 나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지 못한 것도 나 때문이었고, 세상의 주목을 받은 것도 나 자신 때문이란 사실. 결국 나는 있는 그대로 자존감 넘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미셸 윌리엄스가 연기한 에이버리 르클레어의 경우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이지만 자신의 목소리에 커다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사실, 예쁜 사람들도 알고 보면 자존감이 낮을 수도 있다는 설정은 참으로 낡은 설정이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흐름상 그렇게 억지스럽지만은 않다.
돌아보면 그런 아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예쁘지도 않고, 늘씬하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는 아이인데 묘하게 자존감이 넘치고 자신감도 넘치던 아이. 그런 사람들은 그 태도 때문이라도 눈길이 간다. 그리고 그렇게 눈길을 사로잡은 아이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다.
결국, 모든 건, 애티튜드. 태도에 달렸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 구조와 앞이 예상되는 흐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시종일관 웃기는 것은 배우의 역량이 매우 훌륭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티나 페이 만큼 재능을 인정하진 못하지만, 이번 영화로 에이미슈머는 확실하게 나의 눈길을 끌었다. 결국엔 모든 건 애티튜드니까.
예뻐져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사랑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그 단순한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했다.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 좋아지는 코미디였다. 자신을 그 자체로 사랑하게 된 르네가 에단과 만들어갈 미래를 응원하는 바이다. 기분이 우울한 날에 추천할만한 영화다. 단, 자전거 타면서 보지는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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