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다비 이모’의 대히트 이후, 저명한 제작자로서 굳히기에 들어간 송은이가 새로운 콘텐츠를 들고 나타났다. 바로 <씨네마운틴>.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고 괜찮아 보여서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아니 이게 웬일. 팟캐스트가 더 재밌다. 그냥 재밌는 게 아니다, 미치게 웃기다. 몇 년 전, <비밀 보장>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 주변이들에게 팟캐스트 링크를 직접 나르며 들어보라고 추천에 추천을 거듭했다. 이번 콘텐츠로 송은이란 제작자가 가진 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송은이가 수장으로 있는 콘텐츠랩 VIVO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에 맞춰 섭외를 하는 것이 아닌, 인물 중심의 콘텐츠 기획. 잘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작을 시작하니, 10걸음은 더 앞서간 상태에서의 출발이나 다름이 없다.
제작자 송은이는 커리어적 성공을 떠나 굉장히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 농사’라고 하는데, 이를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고 본다. 그의 주변엔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녀를 따르는 사람이 많다. 그녀의 행보를 보면 주변인들이 그녀를 좋아할 수밖에.
올 6월에 방영했던 KBS 다큐 <개그우먼>에서 김숙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인간은 평생, 날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나길 바라는 존재이다. 절대 혼자 고고해질 수 없는 존재. 남들의 시선이 내 인생의 평가 기준은 되지 않지만, 나의 진짜 모습, 나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일생에 한 번이라도 만난다면 그 인생은 크게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송은이 주변에 있는 이들이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이 대략 짐작이 된다. 그녀에 대해서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오늘은 <씨네마운틴>을 이야기 해야 하니 이 정도로..
그의 곁에 있는 수많은 재능 있는 이들 중, 가장 시끄러운 한 사람과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했다. 바로 영화감독 장항준. 그의 입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영화를 사실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그가 나오는 방송 프로그램은 거의 빼놓지 않고 봤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모든 말이 다 재미있을 수가 있지? 개그맨보다 더 웃긴 정말 보기 드문 캐릭터였다. 세상에서 가장 입을 잘 터는 감독과 그의 절친 송은이의 합이라. 이건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콘텐츠.
<씨네마운틴>은 팟캐스트에 영화라는 산을 정복~이라고 소개해 놨던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콘텐츠는 계속해서 산을 타는 이야기. 샛길로 끊임없이 빠져서 모든 이야기가 다 산으로 가버리는 그런 방송이다. 영화 이야기라는 간판만 걸어놓고, 영화의 뒷 이야기뿐 아니라 장항준과 그의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뒷이야기가 주가 되는 방송. 소개하는 영화보다 그가 풀어내는 썰이 더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그런 방송이다.
2011년경,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의 꿈 코너에 장감독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 방송을 들으며 자신을 놀려먹는 김어준의 농담을 모조리 받아주며 웃는 걸 보고 이 사람은 자존감이 엄청 단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씨네마운틴>에서 그는 자신을 김은희 작가의 남편이라고 소개하며 웃는다. 자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행동과 워딩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캐릭터고, 흥미로운 인물이다.
말에 맛이 있다고 한다면 그는 미슐랭 3 스타급이다. 방송을 듣는 내내 깔깔거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다 들은 방송을 대체 몇 번이고 계속 들었는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옆길로 새는 이야기를 듣고 듣다 보면 진짜 장항준이 있는 술자리에 꼭 한번 참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가 가진 인맥도 대단하지만, 그가 인재를 알아보고 끌어줬던 이야기를 들으며 참으로 범상치 않은 인물임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그 모습이 송은이와 결을 같이 하는 느낌?
공중파에서 영화 소개용 프로그램이 아닌 영화를 다루는 프로그램 중엔 <방구석 1열>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몇 번 봤지만 그들만의 우쭈쭈 분위기와 게스트 황제대우를 보는 게 너무 피곤해 더 이상 보지 않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볼만한 영화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은 항상 아쉬움이었는데 그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줄 프로그램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이다.
일단한번 들어본다면, 한번만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강력하게 이 방송을 추천하는 바.
마음이 급하다. 일단 첫 화부터 다운로드를 시작하자. 보통 링크까지는 안남기지만 이번엔 링크를 남긴다. 유튜브에 짤방이 있지만, 짤방은 풀방의 매력을 쫓아오지 못한다. 일단 팟캐스트 풀방을 다운해서 들어보길.
제작자 송은이는 몇 년간 나에게 굉장히 큰 자극제였다. 그녀의 도전을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항상 채찍질하곤 했는데... 채찍만 맞고 상처만 남은 채 아직도 나는 그대로 있다. 하아...
그녀의 이번 행보가 다시 나의 심장에 뽐뿌 질을 한 느낌이다. 그녀의 다음 콘텐츠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 우선, <씨네마운틴>부터 격주가 아닌 매주 해주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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