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덤1의 강렬한 기억 탓에 퀸덤2의 시작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사실 퀸덤2 라인업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거두절미하고. 참가하는 6팀 중 가장 반가운 그룹이 있었으니...
바로 브레이브 걸스!!
2021년 상반기는 브레이브 걸스의 해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롤린의 기록적인 역주행으로 인해 그들은 예상치 못하게(?) 정상에 섰고, 그 기세를 몰아 다음 음원이 나왔다. 기세가 한껏 모인 상태라 무리 없이 1위를 하긴 했지만 사실상 이후에 나온 음원은 ‘롤린’을 뛰어넘기 어려웠고, 천운을 맞이한 기획사가 대놓고 똥 볼을 차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관심은 서서히 식기 시작했다.
용형
어떻게 맞이한 천운인데 이렇게 날려?
싶은 마음이 몇 번이고 들었고, 나의 관심도 대중의 관심과 함께 서서히 식어갔다.
퀸덤 1을 통틀어 최대 수혜자를 뽑자면 그 누구도 이견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오마이걸’
'오마이걸'은 그간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가며 1위도 했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사실상 낮은 상태의 그룹이었다. 그들의 등장에 “어느 그룹이에요?...”라고 물었던 박봄의 질문은 사실상 대중의 질문과도 같았으니... 그랬던 그들은 첫 번째 무대가 끝나고 타 그룹'들'에게 ‘한 수 아래’로 뽑혔고, 리더인 효정이 눈물을 쏟았다.
근데, 이 장면에서 묘하게
얘네 잘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예전 슈스케3를 봤을 때, 장범준에게 느꼈던 바로 그 감정.
생방송 무대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서 투개월과의 합동 무대를 꾸미던 버스커버스커.
무대를 앞두고 윤종신은 묻는다.
“한 팀은 붙고 한 팀은 떨어질 수 있어요 옆 팀보다 부각돼야 하는 장점이 있나요?”
꽤나 날카로운 질문에 장범준은 말했다.
그런 거 하나도 없습니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느꼈다.
얘네 잘되겠다
연인에게 똑같이 "사랑해"라는 말을 들어도, 사람들은 안다. 이 사람이 말하는 "사랑해"가 진심인지 아닌지. 같은 말에도 다른 질량의 마음이 들어있다는 사실. 어른이 된 지금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중들은 자신이 받은 감동을 ‘진정성’이란 단어를 사용해 표현하곤 한다.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진정성.
옆 팀보다 부각돼야 하는 장점이 있냐는 질문에 1도 고민 없이 ‘없습니다’를 말한 장범준. 그는 음악을 준비하는 내내 김예림의 목소리에 신나 있었고, 공연을 준비하는 내내 자신의 팀이 부각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음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마음이 1초의 고민도 없는 '그런거 하나도 없습니다'라는 답으로 나온 것이다.
‘오마이걸’의 효정이 '한 수 아래'를 통보 받는 순간 눈물을 터트렸던 건, 경연을 했던 곡인 '비밀정원'이 처음으로 1위를 했던 곡, 자신들에게 너무도 소중했던 곡이어서 속상해서라고 말했다. 그 눈물은 그녀가 그 곡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보여주기 식은 티가 난다.
이에 비해 진정성 있는 모습은
누군가의 눈이 아닌 심장에 닿기 마련이다.
버스커 버스커와 오마이걸은 최종 1위를 하지 못했지만 슈스케와 퀸덤, 두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팀이 된 건 물론이거니와.
브레이브 걸스도 사실 이 ‘진정성’의 연장에 있는 그룹이었다.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무대에서 웃던 모습은 무대를 위한 웃음이 아닌 무대 자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던 것이다. 저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도 않고, 오히려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역주행 영상에서 본 것은 노래도 노래지만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진정성’이 담긴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런 서사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 퀸덤에 왔다고?
그간 용형이 똥볼을 차긴 했지만, 한번 더 비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기획사는 퀸덤까지 와서 또 똥볼을 차는 무대를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편곡과 코디. 아... 그래 나름 열심히 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패착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제대로 된 대안이 있었어야 했다. 적어도 경연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가지고!! 아... 그만하자. 이 얘기는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이 했으니 난 여기까지만.
첫 번째 경연이 끝나고 그들이 꼴등을 했을 때, 나도 같이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진짜... 여기까지 와서...
사람들이 크게 하는 착각 중 하나.
대중들이 '새로운 모습'을 원한다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니 알겠다.
대중들은 새로운 것보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원한다.
대체 이런 영화가 왜? 대체 이런 드라마가 왜? 대체 이런 노래가 왜? 싶지만 결국 ‘인기’를 얻는 것들을 들여다보면 그곳에서 대중의 ‘심리’가 보인다.
팍팍한 현실에 팬데믹이 더해지면서 대중들은 수년간 심리적으로 지쳐있었다. 많은 이들이 무기력에 빠져 있었지만 그래도 잘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보고 싶어 했고, 브레이브 걸스는 이를 100% 충족시킬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철저한 기획과 자본으로 설계된 것이 아닌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정상에 선 스토리를 담은 그룹. 이들의 성공에 자신을 투영한 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유튜브 댓글을 보면 알 수 있을 정도.
그렇게 그녀들에게 희망을 얻은 이들이 다음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성공이 반짝 성공이 아니란 것을 보여달라.
대중들이 브레이브 걸스에게 원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더 잘 될 수 있을 거란 희망.
롤린 이후 아직 보지 못한
그들에게 맞는 노래로 노래하는 모습.
이번 두 번째 경연은 대중들이 그렇게 원하던 모든 것이 들어간 무대였다.
연습을 하던 민영은 말한다.
작년에 비하면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잖아...
무엇보다 무대가 간절했던 그들의 초심으로 돌아간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이번 무대는 그들의 아이디어가 잔뜩 들어간 무대였고, 의상도 곡의 분위기와 너무 잘 맞았다.
그리고 특히나... 편곡이 딱, 브레이브 걸스와 잘 맞았다.
이렇게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져 무대가 완성되었고, 난 생각했다.
이제야 브레이브 걸스가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에 닿은 것 같다고.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이후 진정한 시작은 이번 'MASK' 무대라고 생각한다.
사실, 엄밀하게 따지고 들면... 브레이브 걸스는 타 팀들에 비해 댄스 실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고, 메보좌를 비롯 멤버 모두 노래를 잘하긴 하지만 엄청난 보컬 그룹인가를 봤을 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브레이브 걸스에 열광했고, 그녀들을 사랑했던 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기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억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맞는,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
퀸덤1의 브레인 오마이걸 지호가 한 말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우리는 선이 예쁘니까
한국적인 것이 들어갔으면 좋겠어
자신들의 장점을 명확하게 알았던 그들은 완벽하게 대중들에게 ‘오마이걸’이란 이름을 알렸고, 퀸덤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2차 경연을 통해 브레이브 걸스도 자신들이 어떻게 비상해야 하는지 감을 잡았을 것이다.
‘잘하는 것’을 알고 이를 활용하는 것.
이번 퀸덤2에서 브레이브 걸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2021년. 그녀들에게 큰 위로를 받았기에, 그녀들의 진가가 ‘롤린’에서 끝나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퀸덤2를 통해 또 한번 비상하길 간절하게 바란다. 그녀들의 비상으로 인해 나 또한 다시 한 번 비상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기에...
앞으로 다가올 경연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다.
파이팅!
그리고, 용형.
기획사가 능력이 없으면, 외주라도 써야 합니다.
모두 내수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시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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