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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Recipe/방송

돌아온 <허지웅답기> 딱 하나 아쉬운 점

by LifeRecipe 202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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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유튜브 콘텐츠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이 갔던 콘텐츠는 <허지웅답기>이다. 정갈한 느낌의 영상과 내용이 딱, 맘에 들었다. 상담을 다룬 콘텐츠들은 다수 존재하지만 타 콘텐츠에 비해 가볍지 않고 섬세한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허지웅이란 사람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마녀사냥’ 때문. 시니컬한 그의 태도들이 꽤 멋지게 느껴졌다. 사람 마음 뭐 다 비슷하니까 내 마음이 대중의 마음이었지 뭐. 예상대로 그는 큰 인기를 누렸다. 그가 평론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책도 내고 했다지만 사실 나는 그의 글을 좋아하지 않았다. 문장에 담긴 허세가 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끔 잘 읽히지 않는 비문들도 그에 대한 관심을 까먹기 일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진 매력은 상당하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모난 모습 사이사이에서 보이는 매력들은 사실 둥글둥글한 매력보다 강하기 나름이니까. 뭔가 다른 사람 말고 내 눈에만 보이는 매력 같아 말이지.

 

그는 크게 아팠다. 그 소식을 듣고 2015년 심하게 아팠던 나의 시간이 떠올라 좀 울었다. 그가 모든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돌아왔을 때, 정말 기뻤다. 마치 알았던 사람의 소식을 들었던 것처럼.

 

그가 방송으로 복귀 소식을 알리면서 론칭된 <허지웅답기>는 초반부터 좋은 콘텐츠의 느낌이 가득했다. 우선, 아날로그 느낌 콘셉트 매우 칭찬한다. 레트로 카세트 데크를 눌러 재생하는 그 느낌만으로 일단 합격점. 그렇게 사연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좋았다. 게다가 허지웅은 글보다 말이 조금 더 매력적이다. 진정성을 100% 담은, 시니컬 하지만 마냥 시니컬하지도 않은 그가 전하는 진심이 나한테도 전해지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렇게 <허지웅답기>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는 콘텐츠였다. 잠시 휴식기를 가진다고 했을 때, 엇, 하는 당혹감이 먼저 다가왔으니.

 

그래서 더 기대했던 2 시즌이었다. 여전히 감성이 좋고, 상담도 깊이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바로 ‘전화통화’

 

 

이 장면에서 했던 워딩은.. 너무 좋았다.  그런데 궁금하다. 나쁜 놈들은 정말 대가를 치를까? 

 

 

이번 시즌에 새로이 등장한 것이 상담자와의 ‘전화통화’이다. 사실, 사연 접수한 내용만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고, 사람들은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아니니 정확한 상담을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하는 것이 필수다. 아마 제작진이나 허지웅도 그랬기에 전화 통화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난 이번 시즌의 ‘통화연결’이야말로 집중도를 깨지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사연 내용과의 갭이 존재한다. 아마도 <허지웅답기>에 녹음을 시도할 정도의 사연이면 찐친에게도 조금 털어놓기 애매한 사연일 수 있다. 그리고 녹음을 하는 그 당시의 그 감정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대답없는 응답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했을까... 사연자의 감정선과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극강의 장점이었던 이 콘텐츠. 그 길을 잘 따라가다가 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당황했다. 

 

진지한 내용의 슬픔이 묻어있는 사연에 이어 들려온 사연자의 높은 ‘솔’의 목소리. 그 톤을 듣는 순간 그 몇분간 쌓아온 감정들이 무너지게 된다.

 

뭐야, 어?

 

사연과는 별개로 허지웅씨와의 전화 연결이 반가웠을 것이다. 그때의 그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상태는 아닐 것이고, 사연자의 감정이나 상황은 그때와 다르지 않겠지만 이를 보는 시청자의 감정선은 깨지게 된다. 허지웅이 사연자와의 면밀한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시청자와의 교감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보면서 그 부분이 매우, 매우 아쉬웠다. 물론,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화 연결을 통해 잃는 것도 분명히 있다.

 

지난주에 연애를 못해 정관수술까지 생각한다는 분과의 통화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차라리 직접 통화 없이 그냥 사연을 바탕으로 허지웅씨가 이야기해줬으면 좋았을 걸 싶을 정도로... 사연자에 궤변이 고스란히 통화로 드러나자 허지웅씨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정말 좋은 조언임에도 불구하고 사연자에게 들리지 않는 것이 너무 보였다. 유튜브 댓글에도 그의 태도와 생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사실, 사연자에게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이 갑작스런 통화로 노출되는 과정이 아쉬웠다.

 

좀 더 적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수도, 겉핥기식 상담을 지양하고 싶었을 수도. 하지만 제작진에게 꼭 전하고 싶다. 1시즌의 <허지웅답기>가 좋았던 이유는 녹음 당시 사연자의 감성과 그 감성에 답하는 허지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지, “문제 해결” 그 자체만은 아니라는 점.

 

이 부분을 빼고는 여전히 좋다. 허지웅은 좋은 상담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그를 볼 때면, 정말 저 사람 자체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항상 주변 친구들의 고민상담가였던 나였는데, 나도 친구들에게 저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깊은 고민은 걸음을 멈추게 한다.

누군가가 내가 생각하는 벽이 벽 아님을, 내가 생각지 못한 길에 걸어갈 길이 있음을 전해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한 사람이 시간을, 인생을 구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잘 알고 싶은 그, 허지웅. 앞으로 그의 이야기를 길게 듣고 싶다. <허지웅답기>가 롱런하는 콘텐츠가 되길. 그가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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