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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Recipe/방송

펜 한자루로 세상과 싸우다 유튜브 <주기자>

by LifeRecipe 2020.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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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은 나에게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 내 삶에 정치가 들어서기 시작한 해. 정치가 이렇게도 재밌을 수 있는 것이란 걸 처음으로 깨달았던 계기는 바로 <나꼼수> 때문이었다. 시작은 잡스가 만든 아이폰 덕.

 

땡큐 잡스! 

 

아이폰의 팟캐스트 시스템을 통해 <나꼼수> 방송이 시작되었고, MC 4명은 단숨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언론인이 되었다. 작은 골방에서 풍자란 것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준 4명의 구성원은 대한민국을 제대로 흔들어 놓았다. 그들과 심장 뜨거운 시기를 함께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궜는데... 선거 결과 발표 전, 마지막 방송에서 울먹이는 김어준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학로 한복판에서 주저앉아 나도 엉엉 울었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503의 당선 소식을 듣고 일주일을 앓아누웠었지.

 

그들이 심어놓은 올바른 정치에 대한 열망은 자라났고, 결국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 한번 대규모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말이다, The End가 없다. 아직도 절산 상영 중.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계속 솟아나고, 너무 웃기니 결국 개콘이 폐지 될 수밖에.... 그 시간들 속에서 정치는 사람들의 일상에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난 이 상황의 80% 이상은 그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주진우 캐릭터 ㅋㅋㅋ

 

<나꼼수> 방송 당시, “부끄럽구요” 라며 수줍은 말투로 정치인들의 비리에 사정없이 펜을 들이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주진우 기자. 삼성, 이명박뿐만 아니라 거대 권력들을 상대로 펜을 겨누고 싸우는 그는 정말 멋있었다. 기자로서의 자존심을 버린 사람들이 많은 작금의 시대에 수많은 협박과 감시를 받으면서도 그들을 향한 펜을 거두지 않는 그는 정말 대단한 기자다. 껄렁하게 입은 옷과 그의 태도도 멋있었고, 그냥, 그의 모든 길이 멋있었다. 그를 응원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사거나 시사인을 몇 년간 구독하기도 했으니. 

 

 

그는 시사인에서 퇴사한 이후 매체에 적을 두지 않는 기자생활을 예고했다. 유튜브 채널 <주기자>가 개국을 앞두고 인력을 구할 때, 친구는 나에게 지원해 보라며 링크를 보내주기도 했었다. 정말 지원해 보고 싶었지만, 과연 내가 그를 감당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그저 구독을 누르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얼마 전,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사태가 일어나고 주기자에 업로드된 40여분이 넘는 영상 두 편을 보았다. 대체 40분은 어떻게 순삭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 방송을 보면서 왜 개콘이 폐지될 수 밖에 없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전광훈 목사와 직접 통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를 보면서 아 정말, 난 놈은 난 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자가 몇이나 될까 

 

기레기라는 단어가 공기보다 더 많이 쓰이는 지금이다. OECD 국가 중 언론 신뢰도가 바닥치고 있는 한국. 부끄럽다. 가끔 포탈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확인할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주진우 기자와 마찬가지로 정말 기자의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안다. 하지만 자신의 문장을 돈으로 바꾼 이들로 인해 기자의 명예가 땅바닥으로 실추되고 있는 지금.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쓰는 그 문장에 부끄러움이 없는지. 그리고 그 내용들을 스스로 믿고 있긴 하는지.

 

모든 기자가 주기자처럼 취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는 너무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니...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문장을 써 내려가는 기자라면 돈에 양심을 팔지 않았으면 하는 건 너무 무리한 부탁일까.

 

그가 시사인을 나오게 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콘텐츠가 유튜브를 통해 나오는 건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부끄러움이 많은 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을 비추면 비출수록 그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기에. ,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기자이지만 말이다.

 

주기자의 콘텐츠는 하나같이 ‘주옥’ 같다. 그의 취재 내용을 듣다 보면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지, 저 내용은 어떻게 알아낸 건지 너무 궁금해진다. 그에게 과감하게 제보를 하는 이들은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적어도 이 사람에게 제보를 한다면, 권력으로 인해 자신의 제보가 묻히지는 않을 것이란 것을.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대통령도 바꿨고,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나는 일상을 살고, 나머지는 제발 니들이 좀 해라. 그게 니들 일 아닌가?!' 그렇게 한동안 정치에 관심을 끊고 살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바뀐 건 대통령 하나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광훈 방송 말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신 차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열한 이들에게 다시 지배 받습니다.” 맞다. 우린 모든 일이 정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권력 비리의 주범들은 아직 그대로 있고 굳건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삶은 정치와 연관이 되어 있고, 정치를 제외하고 살 순 없다. 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건 우리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마도 그는 계속 달릴 것이다. 그에게 쉼이란 없겠지. 전광훈 목사와의 통화를 마치며 “예수믿으세요~”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세상이 망해도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권력에 똥침을 놓을 사람이란 확신이 또 한 번 들었다. 

 

그는 말했다. “역사는 도도히 진보합니다. 가끔 뒤로 후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사는 도도히 전진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수많은 풍파를 겪은 이가 전하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엄청난 안도를 준다. 그는 자신의 길을 걸을 것이고, 난 그가 걷는 길은 언제나 응원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삶의 궤적이 그의 앞날을 증명하고 있으니 그 길을 응원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다. 그의 이 모든 행보를 같이하는 동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건강한 신문을 보고 싶다. 내가 죽기 전에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주기자 파이팅. 유튜브 주기자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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