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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Recipe/방송

의심, 배신, 거짓말 <닥터 포스터 시즌 1> (부부의 세계 원작)

by LifeRecipe 202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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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균열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설마...’

말도 안 되는 상황 앞에 서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말이 되는’ 상황을 찾으려 애쓴다.

일단 시작된 마음의 동요는 쉽사리 멈출 수 없다.

특히 그것이 ‘나’의 일이라면....

왜?

말이 안 되니까.

내 인생이 부정 당하는 느낌이니까.

 

...

 

김희애 배우가 다시 드라마로 돌아온단 기사에 그 누구보다 반가웠다. <밀회>에서 연기력으로 매회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배우이기에. 그녀의 브라운관 복귀 소식은 오랜만에 볼만한 드라마가 나오겠다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분위기 봐라 독보적이다 독보적..

하지만 날 멈칫하게 한 건, 복귀작이 리메이크라는 사실.

개인적으로 리메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원작이 있는데 대체 왜 다시 만드냔 말이다.

물론 잘 만든 리메이크들이 많지만 다시 만드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더 있기에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김희애가 나온다면, 어느 정도 이상의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방영되자마자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원작을 보고 한국판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일상의 무료함에 한국판 1화를 보고야 말았다.

 

4회까지 본 결론은...

음.. 일단 김희애는 김희애. 너무 좋다.

그녀의 연기는 너무 좋지만,

 

아쉽다, 뭐가? 자꾸만 걸리는 슬로우 모션...

그리고 슬로우 모션이 너무 길어!!!! 또, 호흡이 긴 장면들이 꽤 있어서 오히려 긴장감이 깨지고 답답한 데다가.., 연출적인 면도 딱히 나쁘진 않지만...

뭔가 아쉬운 점이 계속되어 결국, 스톱.

 

그렇게 원작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원작은 포스터가 조금 애매...

살짝 둘을 비교하자면...

원작은 비교적 빠르다. 뭐야. 이렇게 빨라? 싶을 정도의 스피드. 1시즌 총 5회를 순식간에 보았다. 구도, 장면들이 한국 버전과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답답함은 훨씬 덜하다.

 

한국판과의 가장 큰 차이는 자연스러움.

영국 원작을 보기 전, 한 블로그를 통해 원작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보고 나니 무슨 말인지 딱 알겠는 느낌. 두 버전 모두 연기적인 측면에서 깔 것은 없다. 다만 한국판이 뭔가 어딘지 모르게 연극적이다. 연극적인 느낌의 장면과 대사. 김희애 똭! 슬로우 모션!!! 이런 느낌이라면, 원작은 훨씬 물 흐르듯 흘러가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구도나 컷 편집이 좀 더 현실감이 강하다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아놔, 뭔가 구체적인 설명이 애매하군.

뭐 여튼. 비교는 여기까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의사생활 10년차인 닥터 포스터.

아들 하나와 자상한 남편.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던 그녀는 우연히 스카프에 묻은 금발 머리카락 한 가닥을 발견한다. 이를 시작으로 남편을 의심하게 되고, 그 의심은 이내 곧 진실이 되어 그녀 앞에 다가온다. 가벼운 바람으로 여긴 남편의 외도는 사실, 2년이나 계속되었던 외도였고, 심지어 친구들과 시어머니 모두 알고 있었지만 철저하게 그녀를 속여 왔단 것을 알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야. 게다가 내연녀는 임신한 상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앞집 사는 친구의 남편.

남편의 회계사인 그를 유혹해 하룻밤을 보내고 남편의 재정 상태를 받아내는데...

세상에. 남편이란 놈이 바람 피는 것도 모자라 돈 관리 자기가 한다고 해서 맡겨 놨더니 그 돈도 빼돌리고, 아들 명의의 돈도 손을 댔네?

 

남편과의 이혼을 계획하던 그녀....

내연녀가 중절수술을 했다고 하고... 두 사람이 헤어진 것 같은 상황에서 시어머니가 죽자 무너지는 남편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이혼을 그만두기로 한다.

 

허나... 내연녀와 헤어졌을 리가 있나.

뒷 내용은 직접 보길 바란다. 나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원.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실 좀 화가 났다. 아 진짜 이럴 거냐 싶어서 말이지.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는 권선징악을 끝으로 등장인물들의 성장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좌판에 늘어 놓 듯 쫙 보여주고 끝을 낸다. 개인적으로 한국 드라마 마지막 회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마치 외국식 동화를 보는 듯한 마무리. 사실, 완결성으로 보아 손색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마무리에는 좀 힘이 빠진다. 그냥 맘 편하게 끝내려는 듯한, 행복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여 말이지.

 

하지만, 이 드라마의 끝은 어딘지 모르게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극 중 변호사의 말과 일맥상통할 테지.

“이혼소송을 많이 하니 하나 알려드리죠.

부인들은 집도 가지고, 재산도 가지고

아이들의 양육권도 가져가지만

그렇다고 이긴 게 아니에요.

몇 년만 지나도 남편들은

새로 여자를 만나고, 돈도 많이 벌고,

그 어떤 책임도 안 지게 되죠“

 

아놔...

 

1시즌의 마무리는 2시즌을 위함이었겠지 싶었지만, 2시즌은 시놉만 봐도 열이 받고, 결말은 더 거지 같아서 차마 시작을 못하겠다.

닥터 포스터의 한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다.

시발점. 시발점. 시발점....

 

 

모든 의심의 시발점. 바로 머리카락.

아오. 다시 봐도 빡이 친다 빡이.

...

 

나에게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고민 없이 답할 수 있다.

 

“믿을 수 있는가”

 

그만큼 ‘신뢰’는 나에게 중요한 요소이다. 누구든 믿을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원하지만 난 좀 결벽이 있을 정도니... 난 항상 누군가를 믿었지만 나의 감은 매번 맞진 않았다. 수많은 상황에서 보아 온 사람들의 민낯은 결국 관계의 종결로 이어지곤 했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런데, 부부라면... 어떨까.

 

어쩌면 가장 친밀한 관계인 부부. 그들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과연 그들은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 신뢰가 깨지는 부부 사이가 사실, 한둘이겠냐마는 모두 이혼으로 결론을 짓진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믿음이 깨진 부부는 얼마든지 있을 터.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나로서는 믿음의 균열이 관계의 종결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은 상상도 안 된다.

 

결혼한 친구는 말했다.

결혼 전과 후는 정말 다르다고... 부부의 세계는 지금까지 살아온 가치관이 뒤집히는 전혀 다른 세계라고...

 

극 중, 친구의 남편이 이런 말을 한다.

“유부남은 두 종류가 있어

바람을 피우는 사람과

그걸 잘 감추는 사람.

긴 관계 중에 안 흔들린 남자를

본 적이 없어“

 

아오.

어쩌라고 정말.

다 아는 말이어도, 특히 더 기분 나쁜 건 그냥....

기분 탓이라고 치자고.

 

부부의 세계를 재밌게 보고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드라마긴 하다. 원작을 보는 즐거움과 연출의 미묘한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허나 열불나는 것은 셀프다.

2시즌을 봐, 말아.

고민이 계속되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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