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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Recipe/방송

김민경, 너무 멋진 그녀의 재발견 <오늘부터 운동뚱>

by LifeRecipe 202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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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동도 안 하는 인간인데, 남이 운동하는 걸 보면서 웃고 있다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책상에 앉아 그녀를 따라 나도 모르게 헛둘헛둘 몸을 움직인다.

한참 그러다 순간 책상 위 거울 속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허허, 참나 원.

너 뭐 하냐.

 

...

 

누군가를 알아가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진면모를 알기도 힘든 세상인데, TV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더 그러하다. 방송이라는 특성상 ‘편집’을 통해 이미지메이킹 정도는 가능하니까. 보여주기 식으로 자신을 포장하기 쉬운 세상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진면모를 알게 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인간 하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하나의 우주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거창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에게 매번 이야기한다.

‘넌 지금 하나의 우주를 키우는 중’이라고

 

...

무한도전이 끝나고 예능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을 때, 꽤 많은 이들의 사랑을 차지한 프로가 있었으니 바로, 맛있는 녀석들이었다.

 

 

 

 

방송을 시작한 건 꽤 오래전.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이들의 먹부림 짤이 종종 올라와서 프로그램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먹성 좋은 녀석들의 리얼 먹방. 예쁘게 먹으면서 “진짜 맛있어요.” 하는 가증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현실적인 먹방에 사람들은 열광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헬스를 다녔을 때, 사람들이 제일 많이 보던 프로가 맛있는 녀석들이었다는 것.

 

주변에도 이 프로 빠들이 꽤 있었고, 매번 재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맛있는 녀석들도 아닌

‘운동뚱’에 빠질 줄이야.

 

 

사진만 보면 태릉선수촌 홍보용인 거 같아ㅋㅋ

 

‘운동뚱’은 맛있는 녀석들(이하, 맛녀)의 뚱 4중 하나를 운동시키는 프로젝트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얼마 전부터 심심치 않게 뚱 4의 방송 초기와 지금을 비교하는 짤이 게시판을 돌아다녔고, 그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던 나도, 내 인생도 어쩌지 못하는 나도 오지랖 같지만 ‘걱정’이 되긴 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먹는 건 알겠다만... 과연 괜찮은 건가? 이들의 건강을 우려하던 팬들도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치듯 본 제작 발표회 사진에 ‘기획 좋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물어 보살’에 나온 김민경을 보게 되었다. 허벅지 싸움으로 서장훈, 이수근을 가볍게 이겨버린 그녀를 보며 그저, 궁금해서 시작한 정주행.

 

 

 

아, 대박.

남이 운동하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일이야?

 

헬스장에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었던 머신들. 나의 시간은 모두 러닝머신이 가져갔었기에 그들에게 쓸 시간이 없었다. 그랬던 기구들로 김민경이 운동을 하는데...

 

어, 뭐야 왜 이렇게 잘해?

 

 

헬스를 모르는 내가 봐도 “어우야, 대박”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내가 이 정도인데 댓글은 어떻겠냐. 전국의 헬스를 사랑하는 이들이 댓글에 그녀에 대한 칭찬과 자괴감을 쏟아내고 있었다.

 

...

 

예전 TV 드라마엔 연기 한번 안 했던 아이돌이 ‘연기 도전’을 한답시고 나오곤 했었다. (뭐 지금도... ) 그때 친구와 이런 얘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대중들은 그들의 도전이 궁금하지 않다고. 잘 하는 걸 보고 싶지. 왜 그들의 어설픈 도전을 참으며 시간을 쏟아야 하는가. 난 정말 드라마를 볼 때마다 화가 났다. 드라마는 그들의 성장용 프로그램이 아니란 말이다!!!

왜 갑자기 드라마 얘기로 화났냐고? 흠흠. 그러니까 대중들이 성장 과정을 참아 줄 수 있는, '성장' 자체가 포멧인 프로그램이 있고, 성장을 참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드라마는 연기자의 성장을 참아줘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에 비해 '운동뚱'은 다르지. 프로그램 특성상 못해도 참아 줄 수 있다. 사실 캐릭터 성장이 포인트인 프로그램 아닌가! 그런데...

 

 

 

 

그녀는 그냥 잘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너무 잘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장도 성장도 이런 성장이 없을 것이란 게 너무 눈에 보이니까. 역대급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성장형 캐릭터의 등장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 대부분의 댓글이 우리나라가 놓친 메달에 대한 한탄이라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이다.

또한 트레이너 양치승 관장과의 케미도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캐릭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성훈의 트레이너로 방송에 얼굴을 내민 이후, 방송을 하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노출되어서 조금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방송 상에서 김민경과의 티키타카가 좋고, 무엇보다 트레이너로서의 그의 모습이 좀 더 부각되니 오히려 더 호감이 되었달까? 그의 얼굴에 시종일관 보이는 즐거운 표정들. 전문가로서 원석을 발견한 사람의 기쁨이 보여서 보는 내가 다 즐거울 지경. 내가 가르쳐주는 것을 마구마구 흡수하는 제자를 만나는 것. 그건 정말 선생으로서의 큰 기쁨이니까.

 

 

 

이외에도 너무 좋았던 장면들이 많았지만,

오늘의 한 장면은 그녀가 300kg 넘는 기구를 들었을 때가 아닌, 바로 이 장면,

 

 

 

 

 

 

“즐겁게, 투정 부린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해야 해

그래야 좋은 에너지가 나오겠지? “

 

난 이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 투정 부리지 않고, 즐겁게,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 이 쉬운 문장이 정말 하기 어려운 일이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물론, 그녀도 방송쟁이니까, 저런 대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방송용으로 저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아냐고? 운동뚱 10회 내내 온몸으로 저 이야기를 실천하고 있으니 말이다.

 

투정을 부릴 만도 한데, 그래도 끝까지. 짜증을 낼 만도 한데, 그래도 끝까지. 너무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정색 한번 안 하고 즐겁게 운동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인성을 가늠할 수 있는 건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말실수를 하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 그 말을 뱉었다면, 그 말은 실수가 아니다. 평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온 말들은 그의 평소 생각을 보여준다.

 

 

 

러닝머신을 하는 그 짧은 순간, PD와 나눴던 말을 들으면서 난 그녀의 인성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민경씨, 정말 좋은 사람이군요.

 

...

우리나라가 국대를 잃은 것이란 사실에 극공감 하고, 건강해지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도 반갑다. 결국 부모님을 앉혀 놓고 운동뚱을 강제 시청하게 만들었는데, 5회가 넘어가니 엄마가 놀라셨다. “쟤 얼굴이 엄청 좋아졌다~” 환한 혈색. 왜 그녀가 칭찬받는데 내가 뿌듯한지 노이해.

 

어떤 피디가 이 프로그램을 10회 만에 그만 둘 수 있을까? 그럴 리 없지. 이 좋은 기획, 이 좋은 캐릭터를 어떻게 여기서 그만둔단 말이냐. 예상대로 2시즌을 준비 중이고, 운동 유튜버들을 섭외하면서 한층 더 기대감이 올라갔다.

 

무엇을 하던, 그녀의 성장은 보증수표인 상황. 그녀가 앞으로 진행할 종목이 궁금해지고 있다. 한 사람을 좀 더 알아갈 기회를 갖는다는 뜻에서도 운동뚱 시즌 2의 행보가 기대되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은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자야겠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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