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하다.
사람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것이 단지,
말 한마디라는 것.
말은 내가 뱉은 것인데, 그 말이 살아서 다음을 이어갈지 아님 그냥 죽은 말이 될지는 타인에게 달렸다. 생명을 얻은 '말'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잘 안착하기도 하고, 미쳐 날뛰기도 하고, 내가 처음에 뱉어놓은 모양새가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이 되기도 한다.
내가 시작했지만
결국 내 것이 아닌 것.
그것이 '말'이다.
<연애의 참견>은 <무엇이든 물어보살>과 더불어 KBS Joy의 효자 프로그램. 이 두 프로그램은 평소 유튜브를 통해 간간이 챙겨 보던 프로그램이었다. 짤방으로 시작한 시청은 본방 시청으로 이어졌고, 내가 챙겨보는 몇 안 되는 방송 중 하나가 되었다.
초반 시청 시기엔 사실 연참 드라마가 재밌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짤의 전쟁을 더 좋아한다. 다섯 명의 케미가 만들어낸 티키타카가 더 재밌어진 지금. 드라마 내용은 그다지 궁금해지지 않은지 오래였건만...
지난주, 아주 제대로 된 서스펜스가 등장했다.
8년 차 연인인 커플. 연인이라기보다는 가족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커플 사이에 균열이 생긴 건 바로 외국물먹고 돌아온 고교 동창. 동창 모임에서 사라진 남자친구를 찾으러 간 고민녀는 고교 동창과 남친이 키스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미친...
남자친구는 술김에 한 실수였다고 잘못했다고 하지만, 이 장면이 오늘의 ‘한 장면’이 아니다!!!! 뒤이어 나온... 그 동창이 고민녀를 만나서 한 이야기가 오늘의 한 장면이다.
“우리 잤어”
이런 ㅆㅂ.
그때부터 모든 서스펜스는 시작되었다.
진짜 잤을까? 이에 관해서도 MC들의 의견은 갈렸고, 나 또한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친구는 아니라고 하고, 고교 동창은 자신이 ‘증거’라고 말한다.
말밖에 없는 이 사건은.
말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결말이 되어갔다.
사실, 3자 대면을 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미 머릿속에 들어온 “우리 잤어”라는 말이 살아 내 심장과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그 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인데.. 3자 대면으로 뭐가 달라지냔 말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행운이자 불행은 상상력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상상을 통해 수많은 것을 해내기도 하지만, 어떤 상상들은 우리의 영혼을 망가뜨리기도 하니까.
사실상, 내 눈으로 목격한 키스 장면만으로 아웃인데, 잤다는 말까지 들은 상황. 진짜인지 아닌지를 떠나 고교 동창이 그저, 둘 사이를 질투해 떨어뜨려 놓으려는 ‘수작’일 수도 있음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말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말이 주는 공포를 어떻게 배제할 수 있을 것인가.
고교 동창은 동창들에게 이 사실을 이미 폭로한 상태. 그 고교 동창을 보며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을 내던진다고?’ 싶기도 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현실에선 더한 사람들이 많았다. 앞뒤 계산하면서 치밀하게 움직이는 사람, 생각보다 얼마 없다는 사실.
동그라미..
그동안 참 별꼴 다 보며 살지 않았냐...
안 그래?
그렇게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나는 인간 하나하나가 모두 ‘변수’라고 생각한다.
이 에피소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말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가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아 어렵다...
진짜 내 일도 아니고, 그저 상상만 해봤을 뿐인데도 머리가 아프다. 아무리 나의 일이라고 해도... 뭔가를 증명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일.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그 난리를 치는 주인공들을 보면, 저것도 참... 대단한 에너지라고 생각된다. 보통의 에너지로 되는 것이 아니니.
얼마 전 동료와 이야기하며 그런 얘길 했었지.. 우린 신천지 포교 제외 대상 1순위라고. 게을러서 포교에서부터 탈락이라고 ㅎㅎ
결국, 내가 어떤 성향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위기에 처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모르지, 나란 인간도 진짜 위기 앞에선 이불 밖으로 기어 나와 투쟁하게 될지도. 근데... 난 나에게 온 위기가 위기인 줄도 모를 수도 있겠다.. 흠흠...
사실... 방송을 보면서 남자친구와의 관계만을 고려하고 생각하던 나였는데... 11회 방송에서 MC 한혜진의 말에 정신이 번쩍.
맞아.
이건, 목적성이 분명한 망신주기다.
이미 제대로 망신당한 상황에서... 고민녀가 어떤 선택을 하던. 헤어지든 아니든. 그녀가 속이 시원할만한 액션을 하나 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나도 못하는 것이긴 하지만, 남일 인데도 이렇게 열불이 나는데... 본인 일이면 오죽할까.
복수란 것이 사실 그렇게 엄청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잘 되는 게 복수야.' 이딴 위로도 안 되는 소리 말고, 고민녀가 한 번 정도는 정말 후련함을 느낄 수 있는 복수를 그 동창에게 꼭 하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한 번도 후련한 인생을 살지 못했던 필자이기에... 어떤 상황에서 액션한번 취해보지 못했던 내 인생을 매우, 매우 후회하기에. 부디, 고민녀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아우, 갑자기 지난 일들이 스친다
복수하고 싶다.
휴.
p.s 이미 강렬한 서스펜스의 한 장면은 선정되었지만, 이 또한 막상막하라 마지막으로 남기는 짤. 서스펜스에 한층 더 힘을 실어준 것은 바로 이 장면.
남자친구의 차 조수석 창문에 뭔가 그려져 있어 하... 하고 입김을 불어보니 찍혀있는 하트 모양
E10, E11 여러모로 대박이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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