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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Recipe/방송

조세호, 당신 참 멋지다 <온앤오프> E15

by LifeRecipe 202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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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 : tvN 

방송일자 : 2020년 8월 8일 (15화) 

MC : 성시경, 조세호, 김민아

 

예능 프로그램 중 그래도 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가지고 있는 <나 혼자 산다>.

작년, 박나래가 MBC 예능 대상을 차지했고 현재 시청률도 좋은 편이지만 프로그램의 오랜 팬들 사이에서 욕을 먹고 있는 이유가 있다.

 

니들, 혼자 사는 거 맞아?

 

어느 순간, 스튜디오의 사람들끼리의 친분이 너무 두터워지고, 에피소드마저 서로 교차 출연하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우리들끼리 잘 논다’가 되어버렸다. 보다 보면 남의 친구들 노는 걸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관심이 뚝, 끊어졌다. 예전 <나 혼자 산다>가 그리워 유튜브를 들어가 보면 나와 같은 생각인 사람들이 수두룩. 프로그램 제작진도 이를 인지했는지 각자 홀로 보내는 외로운 밤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그려냈지만, 그 에피소드마저 기안 84 빼고는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왜인가.

 

 

 

 

 

 

 

<나 혼자 산다>가 차지했던 자리를 노리기 위해 론칭된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바로, tvN의 <온앤오프>. 스타들의 ON과 OFF를 나눠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사실, <나 혼자 산다>의 초창기 모습이 많이 느껴졌다. 좀 세련된 <나 혼자 산다> 같은?

 

출연진도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성시경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 하지만 시청 전부터 출연진 중 관심도가 가장 떨어졌던 건, 조세호였다. 그는 혼자 있을 때보다, 유재석과 함께 있을 때 빛이 나는 캐릭터였다. 현재로서는 MC로서의 재능이 크게 보이지 않지만, 매력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까지 그 매력을 끌어내 줄 사람이 옆에 있긴 해야 한다는 것. 지금 유 퀴즈에서 유재석이 그의 매력을 멱살 잡아끌어 올려주고 있듯. 

 

타 방송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는 작년과는 다르게 살이 쭉 빠진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나타났다. 온앤 오프를 보니 꾸준하게 열심히 운동 중이었다. 그가 살이 빠진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예전의 캐릭터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이미 충분히 귀여웠는데...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의 변화는 대단했다, 정말. 

 

 

 

이번 방송에서는 6개월간의 운동을 통해 조세호가 얼마나 변했는지 보여주고, 바디 프로필을 찍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그런데... 하나도 기대 안 했던 에피소드에서 정말 펑펑 울었다. 그 옛날 내가 떠올라서 말이지.

 

...

 

 

 

 

 

 

6개월간 그의 운동을 도왔던 트레이너는 조세호의 등근육을 보여주겠다며 상의탈의를 한 상태로 운동을 하길 권유했다. 그리고 등 근육 영상을 찍어 보여주었는데... 조세호의 질문은 의외였다.

 

- 좋은 거야?

 

아니, 영상으로 보면 모르나? 대회에 나갈 정도는 아니라도 이미 훌륭하게 등근육이 잡혀가고 있는데 이걸 왜 물어보지? 자신의 몸의 변화를 이미 알고 있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바디 프로필을 찍어보자고 권유한 트레이너 앞에서 머뭇거리던 그는 결국 사진을 찍기로 하고 촬영에 들어가는데...

 

 

 

 

 

 

아... 촬영이 계속되면 될수록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모니터 속 사진으로 자신의 몸을 마주한 그의 눈엔 그의 몸이 완벽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점점 자신의 못난 모습만 보였으니... 정말 죽을 것 같은 노력을 했는데... 사진 속의 자신의 모습이 측은하게 여겨진다 이야기하는 순간, 난 엉엉 울고 말았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사람이란 사실은 너무 자명한 일이다.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학습하듯 듣고 있는 말. 하지만... 자신이 꿈꾸는 모습과 현실이 비슷해지는 상황은 사실, 그렇게 흔치 않다. 주변에서 아무리 너는 빛난다 말한 들, 내가 상상한 나의 빛과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마 조세호도 그랬을 것이다.

 

연예인 생활을 20여 년 가까이하면서 수많은 스타들을 봐왔고, 그들의 빛을 보며 자신이 그렇게 빛날 날을 꿈꿔 왔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의 빛이 나의 빛이 되길 바랐을 것이다. 이번 다이어트도 그랬겠지. 드라마틱한 변화를 분명히 꿈꿨을 것이다. 다각적인 이유로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성공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식스팩, 조금 주름진 뱃살 앞에서 '내가 죽을힘을 다했는데, 겨우 이거야?' 하는 생각, 들었을 것이다.

 

그의 옆에서 트레이너가 “복근 만들라고 한 거 아니잖아요”하며 위로했고, MC들도 그 정도면 훌륭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조세호에겐 ‘그 정도면’이란 단어만 들렸을 수 있을 것이다.

 

...

 

스무살. 수능 3개월을 남기고 삼수를 시작해 보기로 결심했을 때,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나서 준 언니는 약속했다. 얘, 공부도 시키고 살도 빼게 하겠다고.

 

뭐?

 

단숨에 체결된 그들끼리의 계약. 그런 조건을 입 밖으로 꺼내본 적도 없던 난 놀란 토끼눈을 한 채 언니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앞자리가 7이 넘어가던 그때, 언니의 하드 트레이닝으로 2달 만에 15kg이 빠졌고, 점수도 작년 대비 30점이나 올랐다. 그런데 마지막 한 달은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을 중단했고, 생체리듬이 깨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론... 작년 대비 점수는 올랐지만, 아마 끝까지 언니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으면 더 올랐을지도...

 

오른 점수로 원했던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하지만 작년 대비 남아도는 점수를 가지고, 나는 낙방했다. 그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 흐름이 깨졌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열심히 살았던 나의 2 달이었는데... 그 순간 15kg이 빠진 내 몸도 가치 없어져 버렸다. 처음엔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나의 노력이 별 볼일 없이 느껴졌다.

 

그 후는 예상대로다. 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대학도, 몸무게도.

 

...

 

조세호의 눈물을 보고 있자니, 15년 전 거울을 보던 내가 떠올랐다. 이미 훌륭한데, 잘했는데, 내가 내뿜는 나의 빛이 어떤 색을 내고 있는지가 아닌, 남들과 비교해서 얼마나 밝은지만 보고 있었던 것. 그의 눈물에서 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일 나와 약속을 지켜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단순히 살을 빼서가 아니라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가며 본인이 가진 색을 대중에게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가 뿜어내는 그만의 색을 그날 처음 보았다. 처음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인터뷰도 너무 좋았다!!! 

 

 

...

 

15kg를 뺐던 그 시간이 벌써 15년이 지났다. 우습게도 15년간 나의 새해 다짐은 살 빼기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젠, 새해 목표로 살 빼기를 쓰지 않기로 하겠다. 새해 결심은 어차피 안 지켜진다. 당장 오늘부터 아주 작은 것부터 해봐야지. 지금 몸 상태론 격한 운동은 어차피 무리니, 아주 작은 것부터 매일 해보기로 마음먹어본다.

 

<나 혼자 산다>는 좀 긴장해야 할 것이다. 그 프로를 충분히 위협할 만한 프로그램이 등장했으니. 그리고, 앞으로 조세호 MC가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색을 드러낼 시간을 기대해본다.

조세호 씨! 당신, 참 멋지다.

 

 

p.s 추가로.. 트레이너님은 너무 센스쟁이셨다. 

조세호가 스스로에 대한 측은함으로 눈물이 터졌던 그때, 셔터를 받아 들어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던 것

 

 

 

 

 

 

트레이너님의 센스 덕분에 조세호는 정말 의미 있는 사진 하나를 건졌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날 사진은 이 사진 한 장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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