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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Recipe/방송

금요음악회가 보여준 가능성 <뉴스공장> 2020.08.14

by LifeRecipe 202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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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 : TBS 

방송일자 : 2020년 8월 14일 

DJ : 김어준

출연 : 악단광칠

 

가끔 생각한다. 나의 음악 취향은 과연 내 취향일까?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듣는 편이긴 하지만 과연 이 음악이 진짜 나의 취향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난 친구들 중에 음악 꽤나 듣는 아이에 속했다. 새벽시간이 넘도록 라디오를 들으며 유희열, 이소라 그리고 마왕 신해철의 방송을 하루도 놓치지 않았다. 그때 그들이 소개했던 어찌 보면 주류와는 조금 다른 음악들을 들으며 사실, 거리감이 아예 없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그 음악들은 항상 흥미로웠다.

 

보통 프로그램 당 2시간 편성이 주를 이룬 라디오에서 자정을 넘기고 딱 한 시간 진행했던 All That Music. 감성변태라고 불리는 DJ 유희열의 유쾌함과 지적인 매력에 빠져 나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나의 옛 꿈이 유희열과 친구가 되는 것이기도 했으니.

 

 

 

London과 More than paradise는 너무 좋아했다!

 

 

 

그때 그가 소개하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좋았고, 장르를 읊어대던 목소리도 좋았다.

 

'애시드 재즈'

사실, 그 장르에 대해 뭘 얼마나 알았겠는가. 그저 그 단어를 입에 올린 내가 좋아서 한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애시드 재즈를 언급하며 조금의 음악적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라디오 스피커에 머리를 박고 새우잠을 자던 아이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 술독에 빠져 새우잠을 자는 날이 많아지며 점점 라디오에서 멀어져 갔다..

 

시대가 변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기다렸다가 녹음 버튼을 누르는 시대가 가고, mp3를 거쳐 이젠 유튜브를 통해 원하는 노래는 언제 어디서든지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든 노래를 들을 수 있음에도 언제부터인가 비슷한 노래만 주로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에서는 아이돌 외의 음악을 만나긴 어렵다. 트롯의 열풍으로 한동안 트롯이 들리긴 했지만 이 열풍도 얼마나 갈지 모른다.

 

서론이 길었다.

 

언제부터인가 뉴스가 재밌어지고 있었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나 싶다가도, 503 이후로 우리나라 뉴스들이 너무 꿀잼이어서 그런가 싶다가도, 어쩌면 현실보다 재미있는 건 없다는 걸 알게 되어서 인가 싶기도 하다.

 

정치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게 했던

 

‘나는 꼼수다’

 

김어준의 행보는 언제나 신선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밀고 가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그를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보니 알겠다. 정말 난 놈은 난 놈이다.

 

 

 

 

 

 

TBS에 자리를 잡은 그는 라디오 청취율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뉴스 공장은 지상파 방송보다 더 깊은 신뢰감을 주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청취율 1위는 뭐 이제 기본 아닌가 싶다. 1등은 고독한 거니까.

 

한국 정치 이야기로도 바쁜 마당이지만 그는 항상 외국 뉴스도 함께 다루고 있고, 심지어 외국인들을 불러 그들의 입으로 그 나라 정치에 대해 들어보기도 한다. 영화 코너도 재밌다. 그렇게 다 안 빼고 듣는 방송인데 유일하게 거르는 순간이 바로 금요음악회였다. 한 번도 보고 들은 적 없는 음악인들의 출연이 낯설게 다가왔고, 이젠 익숙하지 않으면 선 듯 손이 가지 않으니... 고등학생인 나였다면 무조건 들었을 터인데, 10년이 넘어가는 세월 동안 나의 취향도 어쩌면 조금 주류에 담금질이 되어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출연한 팀은 악단광칠. 콘셉트도 신기하고 음악도 신기했다. 처음 듣는 나로서는 귀에 익숙한 곡도 아니고, 어딘가 꽂히는 무언가가 있지도 않았지만 그들이 맞춰가는 화음에, 신나 보이는 팀워크에 나도 조금 흥이 오르긴 했다.

 

 

 

 

 

 

영정거리라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김어준은 열광하며 자리에 앉아 보라고, 빨리 이야기 좀 해보자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결국 새로운 것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을 보여주기도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난 새로운 것 보다는 익숙한 것이 좋았다. 생(生)의 피로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건 한편으로 굉장히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의 음악을 즐기다 순간, 라디오 스피커에 머리를 박고 새우잠을 자던 그 아이가 떠올랐다. 새로운 것을 접하면 몰라도 한 번 더 들어보고 알아보고 그 자체를 신나 하던 그 아이. 오늘따라 왠지 그 아이가 좀 그리워졌다.

 

금요음악회는 청취율 1위 방송에서 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시사방송에서 일주일에 한번 음악인들을 소개할 생각을 하다니.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비주류 음악에 쏟다니. 쉬운일이 아닐텐데 말이다.

 

사람들은 소위 ‘팔리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다양한 것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문제 있는 건 아닐까? 이는 시장을 주도해 가는 사람들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파급력 있는 방송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뉴스공장을 필두로 이런 방송들이 많아진다면, 다양한 음악들을 알아가며 다양한 생(生)도 알아가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음악은 곧 인생이기도 하니.

 

황교익 선생님 코너가 너무 짧아지거나 아예 김규리 방송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다. 라디오는 그런 재미가 있지.

 

다음 주엔 또 누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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