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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Recipe/방송

삶의 마지막, 그곳에 있는 이들 < 유퀴즈 온 더 블록 3> E66

by LifeRecipe 2020.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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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 : tvN 

방송일자 : 2020년 8월 5일 (66화) 

MC : 유재석 조세호 

 

가끔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과연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얼마나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지만, 어떤 죽음을 맞게 될지도 알 수 없다. 내 삶의 마지막의 순간, 나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독사란 단어와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한다. 10여 년 전, 고독사 관련 작품을 준비하던 연출님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단어였다. 어떤 죽음이 고독할지 상상도 못 했었던20대의 내가 이 단어를 만났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선명하다. 죽음이란 단어엔 기본적으로 슬픔이 묻어있다. 하지만 고독사란 단어의 슬픔의 깊이는 차원이 다르다. 아마도 죽음이란 단어와는 다르게 고독사란 단어는 삶과의 연결된 슬픔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보다 마음 아픈 단어가 과연 있을까?

 

 

유퀴즈 '직업의 세계' 특집은 다양한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는데, 이 중 너무 몰입해서 보았던 분이 바로 김새별 씨의 인터뷰였다. 장례지도사의 길을 걷던 그가 우연히 고인의 유품을 정리를 요청받아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특수청소전문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검색해보니 그분이 쓴 책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나의 생각과 비슷한 문구를 발견했다.

 

"고독사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고독사는

그가 얼마나 고독하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고독하게 살았는가를 말해준다."

 

 

난 어떤 죽음을 맞게 될까. 아니, 나는 어떤 삶이 남아 있을까.

 

...

 

 

방송에 나온 김새별씨의 경험담 엔 상식 이하의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이 죽었는데, 돈을 찾는 사람들. 고인의 방이 마치 도둑이 든 것처럼 어질러져있으면... 이미 유족들이 다녀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을 땐, 입속에 맴도는 씁쓸함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죽음에 항상 따라다니는 것은 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엄마의 지인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얼만 남지 않은 돈과 어린 자녀가 남았는데... 20년간 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분의 자식이라고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지겹도록 계속된 법적 공방.. 큰돈도 아닌 돈을 상속받겠다고 법적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 과정을 고스란히 옆에서 지켜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을 제대로 치유하기도 전에 돈 때문에 싸워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의 민낯.

 

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 것인가...

 

인상 깊었던 내용은 냄새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번 청소를 하면 귓속에까지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 냄새가... 집을 너머 가는 순간, 또 한 번 난리가 난다고 하는데... 온동네 주민들의 항의와 소금 세례까지 받으신 적이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난 밀려오는 절망감을 막을 수 없었다. 물론, 나도 냄새는 힘들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땀 냄새도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는 냄새가 왜, 그들의 책임인 것인가. 가끔 드는 생각은 예의나 상식은 배운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직업이란 단어에서 업()은 생계를 의미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하여 나의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가.’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이 업()에 있어서는 아직도 편견이 남아있기도 하다. 일이란 것은 사실, 그저 일일 뿐인데... 손가락질을 하거나 함부로 말을 하곤 한다. 특수청소전문가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일이야말로 숭고한 일이고, 이 일은 누군가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있다. 언제가 내 삶도 끝이 날 것이고 누군가에 의해 내 삶의 흔적이 정리되는 날이 올 수 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사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것.

 

죽은 이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나의 지금을 반성하게 된다. 당장, 당장 행복해져야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해야 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한다. 김새별씨는 생을... 아름답기보다 덧없다고 표현했다. 그도 물론 이해되지만, 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나의 마왕, 신해철이 생각났다.

 

이미 당신은 태어난 것으로 목적을 이루었다. 이제 당신에게 주어진 인생이란 보너스 게임을 즐기면 된다

 

그가 없는 세상이 갑자기 너무도 슬퍼지긴 하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를 다시 되새겨 본다.

 

행복해지자. 흥청망청 사는 것이 아닌,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하며,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아낌없이 사랑을 주자. 내 사랑,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한번 제대로 써본 적도 없더라.

 

 

어제보다 조금씩 더 행복해지는 삶. 그 삶 안에서 나의 죽음도 잘 마무리되지 않을까.

 

p.s 술 말고 다른 취미를 즐겨보라는 이야기에... 또 한 번 깊은 고민.. 다른 취미가 없어서, 술을 마시는 건 아닌데... 그래도 줄여야겠지???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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