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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Recipe/방송

천재적 캐릭터 변주 <놀면 뭐하니> E56

by LifeRecipe 202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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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 : MBC 

방영일 : 2020년 8월 22일 

MC : 유재석 

 

 

무한도전의 종영을 누가 예상했을까. 제작진이 매주 살인적인 스케줄을 달리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젠 좀 쉴 때가 되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10여 년간의 관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무한도전의 종영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무한도전을 가끔 챙겨보긴 했지만, 지난 10여 년의 시간이 예능을 엄청 챙겨보던 시기가 아니었던지라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다만 이런저런 특집들을 보며 ‘김태호’란 사람이 얼마나 캐릭터를 잘 활용하는 사람인지는 인지했던 정도. 딱히 그가 천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능력있는 PD’ 딱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가 유재석과 함께 ‘놀면 뭐하니’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불안하긴 했지만, 그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냈다. 분명히 안전한 길이 있음에도 그 길을 가지 않는 것이 보였기에... 물론 초창기의 <놀면 뭐하니>는 과도기도 있었다. 유재석이 자신의 손에 들어온 카메라를 가지고 기존에 했었던 <동거동락> 포맷을 반복하던 순간엔 너무 뜨악했지만, 그마저도 제작진이 아닌 출연진에게 카메라를 쥐어주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그의 아이템들을 잘 살펴보면 엄청나게 신박한 것만을 진행하는 건 아니다. 유플래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무도를 통해 여러 번 보았던 가요제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호 PD가 가진 강력한 강점은 바로 변주.

 

예능 PD의 양대산맥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나영석과 김태호. 두 사람은 10여 년간 우리나라의 예능판의 파이를 엄청나게 키워온 사람이고, 행보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스타일엔 큰 차이가 있다. 

 

나PD의 아이템들을 살펴보면 딱 두가지로 압축된다. 여행 아니면, 음식. 심지어 포맷도 비슷하다. 그 안에서의 변주는 조금도 일어나지 않는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섬에 가서 밥을 해 먹는 걸 몇 년째 보고 있으니... 그나마 이번에 새로 시작한 여름방학도 출연자만 바뀌었을 뿐이지, 같은 포맷이다. 강식당이 잘되면, 이수근을 데려다가 혼자서 식당을 시키는... 딱 거기 까지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아이템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음식이란 아이템을 사용하면서도 한 가지 포맷에 머무르지 않는다. 유재석을 갑자기 라면을 끓이게 했다가, 치킨을 만들게 했다가, 식당에 투입을 했다가 자영업을 해보게 했다가... 그 안에서의 끊임없는 변주를 이어나간다. 분명 음식이란 아이템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두 피디가 같을지라도, 아이템을 활용하는 깊이와 격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음악이란 아이템도 같다. 여러 장르의 가수들과 함께 했던 무도 가요제가 바탕이 되어, 릴레이 음악을 만들었던 유플레쉬, 유재석을 데리고 드럼도 치게 했다가, 하프를 연주하게 했다가, 트롯을 하게 했다가, 혼성그룹에 다다랐을 때. 난 김태호 PD가 정말 ‘대단한 PD’라고 생각했다.

 

출연자들의 지나가는 말들마저 아이템으로 만들어 버리는 추진력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효리가 지나가듯 쎈 이미지의 여가수 4명과 그룹을 하겠다고 던졌을 때 저거.. 나오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만들어졌다.

 

‘환불원정대’

 

 

 

 

이번 아이템이 또 한 번의 성장을 해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도무지 예상이 안 되는 4명의 조합보다 유재석이 '프로듀서' 캐릭터가 되었다는 점. 만약 매니저역할 이었으면, 한 단계 도약으로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4명의 아티스트 사이에서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별로 없을 수 있으니... 하지만 그에게 제작자로서의 위치를 부여하며 아티스트들 사이에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인해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와 어긋나는 벨런스에서 나오는 미친 케미를 불러내는 두 가지 일을 해내고 말았다.

 

개성 강한 4명의 여인들의 만남과 제작자와 아티스트와의 만남으로 채운 56화는 폭소 그 자체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시의 활약으로 앞으로의 험난한 길이 예상되었으며, 이효리는 역시 이효리였다. ‘아무개’라니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프로그램보다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안에서 편하게 날아다니는 이효리를 보며 그녀는 정말 이 프로그램이 편한가 보다 싶었다.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멘트 하나하나에서 그녀가 정말 대단한 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이러니 그녀를 어떻게 제주도에만 둘 수 있느냔 말이지....

 

유재석의 캐릭터 변주를 시작으로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는 인물들 사이에도 캐릭터 변주가 시작되고 있다. 분명히 봐왔던 사람이고, 아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아니다. 이 얼마나 재밌는 포맷인가!

 

 

 

김태호 PD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유재석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무쌍한 상황에 이리저리 치이며, ‘환불 원정대’ 지미 유는 이제, 조금 자신의 캐릭터를 즐기는 모습이 보인다. 환불 원정대가 방금 시작했는데도 벌써 다음이 궁금해진다. 다음엔 또 어떤 변주가 일어날까. 그 변주는 시청자에게 또 어떤 토요일을 선사할까.

 

'싹쓰리'가 올여름을 즐겁게 채웠듯, '환불 원정대'도 한동안 가을을 달굴 것이고, 이들을 전부 모은 연말기획이 지금부터 기대되고 있다. 이런저런 부캐로 살아가는 유재석이 오늘따라 부럽다. 나도 내 부캐를 가지고 싶어서 말이지. 도피가 아닌 새로운 나를 창조해보고 싶은 오늘이다. 우선 이름부터 정해보자. 뭐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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