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 KBS
방영일 : 2020년 8월 24일
MC : 서장훈, 이수근
처음 물어 보살이 나왔을 때, 진짜 제대로 콘셉트를 잡은 프로그램이 나왔다고 좋아했다. 사람들은 자기 일엔 깜깜해도 남의 일에는 작두를 타곤 하니... 점집이란 콘셉으로 사람들 고민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 얼마나 신선한가! 게다가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라니! 평소 예능인으로 활동하는 서장훈을 좋아하기도 했고, 이수근은 뭐 말할 것도 없지... 너무 웃기니까. 이들의 아형에서의 케미는 자연스럽게 물어 보살로 이어졌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상황인데, 서장훈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그냥 가라.”라고 할 때,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역시 그는 짜증을 낼 때가 제일 웃기다. 아직 방송 쟁이의 물이 덜 든 까닭에 표정이 너무 솔직해서 웃긴다 싶으면 찐 웃음이 나온다. 그 웃음을 보며 기분 좋게 따라 웃기도 여러 번이었다.
초반엔 나름 신선한 느낌이 강해 좋아했지만, 점점 연예인들이 홍보를 위해 등장하고, 대놓고 방송을 이용하려 찾아온 게 뻔~한 이들로 인해 재미가 떨어지면서 흥미도 점점 떨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소한 사연들에 같이 웃고, 마음 아픈 사연에 눈물 훔치며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챙겨보고 있었다.
연예인들의 출연을 조금 정당화(?) 하려는 시도 였을까. 아니면 방송을 좀 이용해 보려는 사람들을 분위기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받으려 했던 걸까. 물어보살의 코너 속의 코너 격으로 생긴 ‘무엇이든 자랑해 보살’. 사실, 이건 취향에 안 맞아서 매번 그냥 넘기거나 방송을 틀어놓고 딴짓을 하곤 했는데, 어제 오랜만에 너무 귀여운 아이들이 출연했다.
다짜고짜 밀가루 반죽을 흔들며 출연한 두 명의 아이는 9살 11살인 형제. 수타면 뽑는 걸 자랑해 보겠다고 찾아온 이들은 두 보살 앞에서 수타면을 뽑기 시작했다.
형의 진지함도 좋았고, 아직 나이가 두 자리도 안 된 동생이 형을 따라 갖춘 진지함도 귀여웠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귀여운 미소에 나도 모르게 무장해제되었다. 어느새 두 보살과 같은 표정으로 이들을 보고 있었다. 너무 귀엽지 않은가!
이렇게나 면을 잘 뽑는 아이들. 얼마나 했는지 묻는 질문에 2달이라고 답하는데... 보살들과 함께 나도 놀라고 말았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가질 못하니... 그 시간에 중식요리사인 아버지에게 수타를 배웠다고 한다. 2달 만에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방송에 나온 이들은 어리지만 참 멋져 보였다. 두 아이들은 아버지 같은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모두 멈춰있는 동안 한단계 훌륭하게 성장한 두 아이를 보며 내가 다 흐뭇했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바르게 잘 자랄지 눈에 훤히 보일 정도가 아닌가!
코로나의 장기화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일상이 마비가 되었다. 그렇게 모두가 멈춰있었던 시간 속에서 저 고사리 같은 아이들도 그 시간을 기회로 만들었는데... 나는 과연 무엇을 했을까?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 중이었는데, 다시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다. 저 아이들처럼 면을 뽑지 않더라도, 뭐라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생각대로만 살면 노벨상은 내가 다 받을 지경. 말도 안 되는 계획은 접고, 딱 하나를 정해서 마스터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걸 목표로 삼아봐야겠다.
뭐하지? 자꾸 맘 속에선 드럼 드럼 거리며 드럼을 사라고 유혹하지만, 새로 사는 거 말고, 일단 우리 집 안에 있는 것 중에서 뭔가 정해봐야겠다. 기타를 해볼까? 피아노를 다시 해? 아니면 스쿼트? 이 간단한 것도 바로 못 정하는 나란 인간... 여하튼, 뭐라도 해보자.
고사리 파워! 받고, 더블로 가자.
'Story Recipe > 방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광희가 자기에게 딱 맞는 옷을 입었다! <네고왕> (0) | 2020.09.06 |
---|---|
자신을 작품으로 만든 배우, 황석정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E71 (0) | 2020.08.31 |
천재적 캐릭터 변주 <놀면 뭐하니> E56 (0) | 2020.08.24 |
삶의 마지막, 그곳에 있는 이들 < 유퀴즈 온 더 블록 3> E66 (0) | 2020.08.18 |
금요음악회가 보여준 가능성 <뉴스공장> 2020.08.14 (0) | 2020.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