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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Recipe/영화

경제 영화의 품격 <빅쇼트 The Big Short>

by LifeRecipe 202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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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참 많이들 하는 말이고, 참 많이들 듣는 말이기도 하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예언자가 된다. 그렇게 미래를 알고 있었다 하는 사람들 중, 과연 미래를 바꾸려 했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고 본다.

 

패권주의니 뭐니 해도, 미국은 전 세계의 경제에 중심에 서있다. 미국 증시가 들뛰는 날엔 내 주식이 흔들린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 내 돈을 움켜쥐고 있더라. 제길.

 

숫자라면 질색을 하던 내가 주식이란 것을 시작한 후, 미국이란 나라의 경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큰돈이 움직이는 시장일까? 나의 빈약한 상상으론 미국 경제에서 흐르는 돈의 규모를 상상할 수나 있을지. 너무 큰돈은 듣고도 놀라지 않을 수도 있다. 왜? 돈도 만져본 사람이 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몇 년 전에 이미 봤던 <빅쇼트>를 다시 보게 된 건, 재밌는 무언가가 궁했던 것도 있지만, 내가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하며 문득 한 번 더 보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다시 보니, 역시나 재밌었다.

 

 

배우들 라인업 보소... 

 

 

빅쇼트(The Big Short)의 뜻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Short는 공매도, 선물 매도라는 뜻으로 여기에 Big 이 붙어 ‘결정적인 공매도’로 해석된다고, 나무 위키에 쓰여 있던데... 그럼 대체 공매도란 무엇인가! 검색창에 알아보니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팔고 나중에 실제로 주가가 나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라고 한다. 일종의 역 배팅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빅쇼트>는 미국의 경제 붕괴를 미리 예측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 보통 이런 종류의 스토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따로 사건을 예측한 사람들이 움직이며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빅쇼트>는 사실 마이클 버리의 예측을 시작으로 이를 슬쩍 흘려들은 사람, 그의 자료를 슬쩍 보게 된 사람들이 다각적으로 움직이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역시, 진짜 정보는 각 잡고 들어야 알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크게 깨달은 것은 다음과 같다

 

“상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을 하라”

 

우리는 보통 나의 기준에서 생각하기에 ‘괜찮은 제안’을 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이유는 하나다. 그건 철저하게 기준이 ‘나’이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된 제안은 상대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역)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붕괴를 예측하고 금융회사를 찾아가 신용부도 스와프(CDS) 상품을 제안한다. CDS란 간단히 말해서 특정 시장이 붕괴되었을 때, 돈을 버는 일종의 역 배팅. 주택시장이 그 어디보다 견고하다고 확신한 금융전문가들에겐 그의 제안은 굴러 들어온 돈방석이나 다름이 없었다. 당연 그들은 마이클 버리의 제안을 덥석 받는다. 역시, 제안은 이렇게 하는 것이지. 마이클 버리가 떠나고, 회의실에 남은 금융전문가들이 서로 낄낄 거리며 웃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에 해당한다. 바보들 정말...

 

술자리에서 우연히 마이클 버리가 만든 CDS 상품에 대해 전해 들은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 역)은 자기 부하직원의 실수로 이 사실을 알게 된 마크 버움(스티븐 카렐 역)과 CDS를 사들이기 시작한다. 또 다른 곳 다른 이유로 브라운 필드 사의 두 햇병아리 대표들도 우연히 이를 눈치채고, 금융가를 떠난 벤 리커드(브레드 피트 역)의 도움을 받아 CDS를 사들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처음엔 ‘카더라’ 통신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이야기가 견고 해지는 이유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이 얻은 정보를 확인한다는 점. 마이클 버리는 수백만 페이지에 해당하는 모든 서류를 검토했고, 마크 버움은 직접 현장에 나가본다. 이들은 각자가 가진 자신들의 방법으로 ‘카더라’ 통신을 ‘정보’로 만든다. 요즘 영화를 보면 디테일이 빈약해 헛웃음이 나곤 하는데 영화가 갖고 있어야 하는 디테일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의문이 든다.

머리 좋은 금융가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 이리저리 묶고 이름을 바꿔서 사람들이 본질을 모르게 만들어 놓은 시스템들은 일반 사람들이 집을 마련하는 데 사용하게 되는데... 집 하나를 사는데 대출에 대출 또 그 대출을 다른 대출로 막으며 사고 있을 때, 정말 이 사태를 예견한 사람이 마이클 버리가 처음이었는지.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도 하는데... 대체 금융가들의 양심과 책임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결과적으로 주인공들은 모두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강한 회의감은 이들을 떠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중, 마크 버움(스티븐 카렐 역)은 금융인이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깊은 고뇌를 보여주는데... 극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서사를 가진 인물이었기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가 보여준 표정들과 대사들이 꽤 오래 잔상으로 남았다.

 

미국 경제를 뒤흔들고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세웠던 금융가의 인물들이 과연 처벌받았을까? 아니다. 대중들은 보통 큰 사건이 한번 사회를 휩쓸면, 정의가 실현되었을 거라 생각하곤 하는데, 생각해보면 지금껏 제대로 된 정의가 실현된 적은 없다. 영화에서도 결국 이 사건으로 감옥에 간 사람은 한 사람뿐이라고 하니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내가 우리나라 경제가 붕괴되는 핵심적인 문제를 발견했을 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문득 방 한 칸을 잔뜩 먹을 것으로 채우는 나의 뒷모습이 떠오른 건 왜인지 원. 허허.

 

<빅쇼트>! 만약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허접한 영화 보지 말고 이 작품을 두 번 볼 것을 권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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