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 KBS
방영일 : 2020년 8월 30일
MC : 김숙, 전현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앞서 리뷰를 한 적이 있는, 파일럿부터 아껴온 프로그램.
모든 예능프로그램이 꾸준히 웃길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사당귀도 나름 출연진의 변화를 추구하며 열심히 달려오고 있다고 본다. 최근 현주엽 논란으로 마음이 아파 글을 쓰기도 했는데... 유튜브 뒷광고 논란과 이말년 트위치 사건으로 인해 구설에 오르던 도티가 빠지며, 현주엽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진작에 이렇게 하지...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현주엽의 유튜브 도전을 응원하는 1인으로서 그의 무한한 발전을 기대한다.
뭐야, 글이 끝나는 거 같잖아? 아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
오늘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건, 황석정이란 배우 때문이다.
내가 그녀를 처음 봤던 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한 작품마다 그녀가 있었다. <비밀>에서도, <식샤를 합시다 2>에서도, 잠깐 단역으로 출연하는 드라마에서조차도 그녀는 항상 자신만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필모 중에서 진중한 역할도 분명했을 테지만, 난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난 항상 궁금했다.
그녀가 코믹 연기 말고 정말 쎈 캐릭터 연기를 하면 어떨까?
코믹 연기를 그녀만큼 해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남을 웃기는 게 어디 쉽냔 말이지.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황 배우가 기본적으로 코믹 연기를 너무 잘하기도 하지만, 요즘 방송국에서 너무 비슷한 스타일로 그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배우가 비슷한 캐릭터로 소모되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기에 한 번쯤은 그녀가 강렬한 모습을 보여줄 만한 배역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너무 궁금해서 말이지.
그런 그녀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사당 귀)>에서 양관장의 헬스클럽에 나타났을 때, 사실 반갑지 않았다. 왜냐고? 음.. 솔직하게 말하면 누군가가 살을 빼는 것을 보며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초라함이 싫기도 했고, 그녀의 에피소드가 사당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일종의 풍자적 콘셉트를 가진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도전은 잘 어울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뭐 길게 설명해봐야 결국 중요 포인트는 내 몸뚱이에 대한 자신 없음 때문이지만.
그렇게 매번 양관장 에피소드를 스킵하던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지난 에피소드에 나왔던 이 두 컷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에 그토록 눈이 갔던 이유는 그녀가 엄청나게 감량을 해서, 근육을 만들어서가 아닌 그녀의 눈빛 때문이었다. 그녀의 코믹 연기를 볼 때마다 그 너머로 느껴지던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었는데... 이 사진을 찍는 순간, 나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이번 방송에서는 그녀의 피트니스 대회 출전 에피소드를 다뤘다. 탄탄한 근육, 멋스러운 몸매. 그녀가 스스로 빚어낸 몸을 보며, 난 기분이 묘했다. 예전엔 누군가가 몸을 만드는 걸 보았을 때, 사실 그렇게 감흥이 없었다.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저 정도로 몸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하며 나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돌려왔으니.
그런데 이번 방송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몸을 보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근육 때문만이 아니다. 그녀가 열심히 노력했기에? 그것도 아니다. 당연 그 대회에 나가는 사람들은 다 노력했을 것이 아닌가. 몸 만드는 사람들 영상 보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아마도 그녀의 몸을 보며, 한 인간의 몸이 그의 생을 표현하는 걸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몸을 직접 빚어가면서 표현한 그녀의 인생을 본 듯한 기분.
그동안 자신을 위해 노력해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1등을 못해서 미안하다고 우는 그녀를 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1등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도전을 성공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20,30대의 여성들과의 대결을 한 50대 여성이란 것도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겐 그녀의 몸이 젊은 여성들의 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보였다. 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자신을 극복하고 생의 멋진 순간을 빚어낸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의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앞에서 본 두 장의 사진을 통해 난 그녀의 다음 작품을 살짝 미리 본 기분이 들었다. 이제 곧, 브라운관에서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새로이 입고 나올 배역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언제가 나의 시나리오가 그녀에게 닿을 날이 오길. 그녀가 자신의 몸을 멋지게 빚어냈듯, 이젠 나도 나의 캐릭터를 멋지게 빚어낼 차례. 그녀에게 잘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 시나리오를 건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드보일드... 시작해봐?
'Story Recipe > 방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펜 한자루로 세상과 싸우다 유튜브 <주기자> (0) | 2020.09.07 |
---|---|
드디어, 광희가 자기에게 딱 맞는 옷을 입었다! <네고왕> (0) | 2020.09.06 |
고사리 파워로 만든 수타면 <무엇이든 물어 보살> E75 (0) | 2020.08.25 |
천재적 캐릭터 변주 <놀면 뭐하니> E56 (0) | 2020.08.24 |
삶의 마지막, 그곳에 있는 이들 < 유퀴즈 온 더 블록 3> E66 (0) | 2020.08.18 |